반포래미안 등 전셋값 크게 올라 주변시세 자극
◆판교 등 입주 2년차 단지 봇물
5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입주 2년차를 맞는 아파트는 총 9만2962가구로 집계됐다.
임차인들이 입주 당시보다 크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주변 전세시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입주 2년차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곳은 판교(1만581가구),남양주(8814가구),광명(7129가구),파주(6133가구),화성(5686가구),용인(5581가구),고양(5235가구) 등이다. 서울에서는 서초구(2444가구),강동구(2040가구),은평구(1913가구) 등에 2년차 대단지 아파트가 많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 3월 이후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전셋값이 최근 반등한 곳도 생겼다.
서초에서는 다음달 입주 2년차가 되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단지가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4㎡ 전셋값은 지난달 중순 7억3000만~7억5000만원에서 최근 7억8000만~8억원으로 올랐다. 입주 당시 전셋값인 3억원대 후반과 비교하면 2년 사이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입주하거나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물량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 서초구 전셋값은 직전주에 비해 0.06% 상승했다. 하반기 입주 2년이 되는 단지가 7000여가구인 광명지역도 같은 기간 0.03% 올랐다.
◆재건축 이주 수요도 불안 요인
하반기엔 전면 철거하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세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이주를 시작하는 관리처분인가 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은 70곳이다. 건립 예정 가구수는 6만1588가구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이주 수요가 생길 전망이다.
이달 말 이주를 앞두고 서울 대치동 청실아파트 1300여가구 주민들이 전세시장으로 몰려 은마 현대 쌍용 등 주변 아파트 단지의 전세시세는 일주일 새 1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청실아파트 이주로 최근 전셋값이 20~25% 정도 올랐다"며 "쌍용1차 102㎡는 3000만원이나 뛴 3억8000만~4억2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현재 전셋값이 꿈틀거리는 곳은 학군 주변이나 입주 2년차 단지,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곳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며 "전국적인 강세보다 국지성 오름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