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에 순응하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주식시장은 강물(시세)을 거슬러 올라가는(역행) 숭어를 용인하지 않는다. 올 증시에서 '숭어'처럼 자꾸만 시장 흐름을 거슬렀다면 코스피지수 상승만 씁쓸히 지켜봐야만 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증시는 자동차 화학 정유주가 주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신조어였던 '자문사 7공주'와 '4대 천왕'에 이어 올해는 '차 · 화 · 정'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업종별 등락률(5월 말 기준)에서 정유주를 포함한 화학업종지수는 32.2% 급등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업종지수도 30.8% 오르며 나란히 상승률 1,2위를 차지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4.5%)보다 6배 이상 높다. 반면 기계업종지수는 19.4% 급락했고 종이목재(-17.3%) 통신업(-13.7%) 의료정밀(-13.5%) 운수창고(-12.2%) 등도 크게 부진했다. 전체 18개 업종 중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것은 화학 운수장비 섬유의복 음식료 서비스업 등 5개에 불과했다. 주도주에 잘 편승한 투자자만 상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달 증시가 조정을 보이는 동안 차 · 화 · 정이 큰 폭으로 출렁거리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주도주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차 · 화 · 정은 시장이 반등하는 과정에서 강한 주가 복원력을 보이며 주도주로서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들 업종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것은 무엇보다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화학회사들은 2분기에도 1분기 실적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실적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증시 일각에서는 그간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조선 건설 금융 정보기술(IT) 등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