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트루맛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TV의 맛집 프로그램은 '조작'이자 '기만'이다."

'트루맛쇼'는 맛집 프로그램 작가, 식당과 프로그램 제작사를 연결하는 브로커, 음식 칼럼니스트 등의 인터뷰와 TV 자료화면 등을 통해 'TV 맛집'의 허상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다큐는 공중파 TV에서 1주일에만 177개 식당이 소개되고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천229개나 된다고 말한다.

TV에 나오는 맛집이라고 맛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간 낭패를 보는 이유다.

"방송 출연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광고 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같이 직설적인 인터뷰나 내레이션을 통해 맛집 프로그램은 대부분 조작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시청률을 쫓다 보니 TV에 나오려면 이색적인 것을 찾아 개발한 음식이 필요하다는 증언도 소개된다.

가령 캐비어와 삼겹살을 결합시킨 정체불명의 음식이 실제로는 맛이 없더라도 시청자는 맛도 냄새도 느낄 수 없으니 눈길을 끌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식당에 대한 검증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위생상태가 나쁘다고 고발 프로그램에 나온 식당이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맛집으로 칭찬받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며 자료화면을 보여준다.

한 브로커는 맛집 프로그램에 식당 주인 역으로 100차례 넘게 출연했다고 자랑한다.

방송에 나온 기상천외한 음식은 손님 끄는 메뉴로 잠깐 팔다 없어진다는 사례도 나온다.

하이라이트는 제작진이 직접 식당을 차려 1천만원을 내고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그램 작가가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식당 손님 역할을 할 사람들은 출연료를 주고 데려와 정해진 각본대로 촬영해 방송하는 모습은 웃지 못할 코미디다.

'트루맛쇼'는 자신이 실제가 아닌 조작된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구경거리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스튜디오를 뛰쳐나오는 트루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트루먼쇼'에서 이름과 틀을 빌렸다.

"'트루먼쇼를 계속 볼 것인가? 채널을 돌릴 것인가? 이제 선택하십시오." 영화는 시청자가 맛집 프로그램의 진실을 깨닫고 눈을 뜰 것을 주문한다.

이제껏 잘 다루지 않은 참신한 소재를 선택하고 식당을 직접 차리는 방식으로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빠른 편집과 시원시원한 해설로 관객이 쉽고 재미있게 보도록 했지만 문제점을 파헤친 깊이는 다소 얕다.

특히 방송사나 외주 제작사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달초 폐막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편 경쟁부문 관객상을 받은 이 영화에 대해 최근 방송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MBC는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방송사 교양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이 연출한 '트루맛쇼'는 2일 전국 11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