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시행령 마련 '난항'…셧다운제도 걸림돌

오픈마켓 게임의 자율심의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령 마련이 쉽지 않다.

자율심의 대상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온라인 게임 금지제도)에 대한 부담도 여전히 남아 있어 게임법 개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 특정 단말기'의 딜레마 = 3일 문화부가 검토 중인 개정 게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자율심의 대상의 조건 중 하나는 '이용자별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를 통해 제공되는 오픈마켓 게임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대상 범위를 규정한 모든 문구는 PC를 제외한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물이 유통되는 과정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용자별 사용이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는 곧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게임만 포함하되 PC 온라인 게임은 제외하겠다는 문화부의 의지가 담긴 셈이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IT산업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시행령안의 기준에 따르면 와이파이망만을 이용하는 태블릿은 '이용자가 특정되는 이동통신단말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자율심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같은 게임이라고 해도 3G 태블릿에서 내려받으면 자율심의 대상이고 와이파이 태블릿에서 내려받으면 사전심의 대상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만다.

태블릿을 포함하기 위해 이용자 특정 조항을 삭제하면 노트북 PC 게임물까지 자율심의 대상으로 포함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모든 태블릿을 제외하고 스마트폰만 포함시키려 해도 두 기능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 많아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령 통화기능을 갖춘 '갤럭시탭'은 태블릿이자 동시에 스마트폰이다.

모토로라의 '아트릭스 랩독'이나 아수스의 '패드폰'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게임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의 내용은 오픈마켓 자율심의지만 시행령에서 이를 특정 단말기로 한정하려고 하면서 모순이 생기고 있다"며 "국내 오픈마켓 게임시장 활성화라는 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셧다운제' 또 걸림돌 = 연내 시행될 예정인 셧다운제도 오픈마켓 자율심의안을 막아서는 걸림돌 중 하나다.

사전심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개설될 것이라는 국내의 기대와는 달리 애플과 구글은 셧다운제를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 2년간 유예된 상황"이라며 "애플과 구글은 이 점을 우려해 게임 카테고리 개설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을 서비스 중인 국내 이동통신사의 견제까지 가세할 경우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이통사들은 애플과 구글이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해온 지난 2년여간 국내 스마트폰 게임시장을 독점해왔다.

국내 이통사들이 지금까지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플과 구글에 통일된 연령등급 기준 등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 자율심의안이 통과됐지만 그 사이 더욱 부담스러운 셧다운제가 탄생하고 말았다"면서 "폐쇄적인 산업구조와 게임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내 오픈마켓의 등장은 요원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