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퍼펙트 서빙(perfect serving)입니다."

화보를 뚫고 나온 듯한 180cm가 훌쩍 넘는 이탈리아 신사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가득 따라줬다. '만나자마자 술 부터라니…' 생각할 틈도 주지않고 그는 말했다. 이것이 '퍼펙트 서빙'이란다.

병맥주를 마실 때에는 병째로 마시거나 정사각형의 받침에 컵을 놓고 다라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먹기 위한 맥주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페로니는 달랐다. 따라놓은 맥주병까지 함께 받침에 놓아뒀다. 이것이 바로 스타일과 맛을 즐기는 이탈리아의 방식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맥주 '페로니'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단순히 술 병만 들고 온 것이 아니었다. '퍼펙트 서빙'을 비롯해 그들만의 문화와 스타일가지 함께 전파하겠다며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페로니는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영국 세계맥주 카테고리에서 페로니는 판매량과 금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산미구엘, 스타로프라멘, 버드와이저가 뒤를 이었다.

마르코 세미나로티(Marco Seminaroti) 페로니 브랜드 매니저는 지난 27일 서울 신사동 클럽모우에서 <한경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얘기했다. 로마에서 나고 자란 세미나로티는 작은 맥주병에 녹아있는 이탈리아의 역사와 스타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하면 프라다, 알마니, 페라리 등 세련되고 고품격 스타일이 생각나실 겁니다. 브랜드 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팔았기 때문이죠. 페로니도 맥주이긴 하지만 품질과 함께 패션을 추구합니다."

스타일과 패션을 강조하는 그에게 대뜸 올해 매출목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nothing)'이었다. 한국 시장을 '매출' 보다는 '전진기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페로니는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대만, 홍콩 다음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일본에는 2008년 진출해 매출을 어느정도 올리고 있지만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미미하다는 것. 이탈리아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이를 추구할 시장은 한국이라는 판단에서 이번에 진출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생소하지만 페로니의 역사는 1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페로니는 1846년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엄선된 이탈리아산 옥수수와 세계 최고 품질의 체코산 홉으로 제조됐다.

맥주에 옥수수가 들어갔다는 점이 독특했다. 옥수수는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페로니 전용농장에서 키워진다고. 한 모금 들이키니 이 때문인지 맥주는 깨끗한 청량감이 돋보였다. 알콜함량은 5.1%다. 일반적인 국내 맥주의 4% 대보다 높았지만 오히려 낮게 느껴질 정도였다.

"페로니는 이탈리아의 장수기업들이 그렇듯 가족기업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데에는 스타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병 겉 포장지의 파란색 띠그림을 가르켰다. 이를 나스트라즈로(Nastro Azzurro)라고 불렀다. 이탈리아어로‘파란리본’을 뜻한다. 파란리본이란 과거 유럽에서 북대서양을 최단 시간에 횡단한 여객선에게 주어지던 상의 이름이다. 1933년 이탈리아의 여객선이 최초로 수상한 것에 기인해 맥주라벨에 적용됐다. 맥주의 스타일과 명품화가 이루어진 과정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페로니'라는 이름으로 론칭되지만 이탈리아에서 같은 맥주를 마시려면 '나스트라즈로'를 주문해야 한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페로니'는 이보다 저렴한 맥주분류다. 그러나 수출용 맥주는 쉬운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페로니' 이름을 사용했다고 세미나로티 매니저는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아이콘을 브랜드와 함께 보여줄 겁니다. 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함과 트렌디함,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추구하려는 전략이죠."

매출목표는 없지만 마케팅 전략은 확실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페로니 스타일'을 전파할 예정이다. 고급호텔의 바나 이태원 일대의 고급바 등을 타깃으로 잡았다. 스타일 마케팅과 더불어 식전음식인 '아페르티보(Apertivo)'도 함께 홍보할 예정이다.

아페르티보는 '연다'를 의미로 식사가 나오기 전에 곁들이는 음식이다. 손가락 크기 정도로 정찬에서 에피타이저 보다 먼저 나오곤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등 북부 지역에서는 맥주나 와인을 주문하면 달려 나오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는 맥주만 파는 것이 아닌 이탈리아의 식문화까지 전파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한편 페로니의 이러한 전략을 설명이라고 하듯이 론칭쇼에는 패션쇼가 열렸다. 프라다의 드레스와 알마니의 수트를 입은 모델들이 무대를 누볐다. 또 패션업계 종사자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이 자리를 채웠다.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해 가수 서인영, 탤런트 유인영·박용우·박시후 등이 방문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