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마감한 결과 모두 120여개 업종이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신청하고 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때문일 것이다. 동반성장위가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앞으로가 걱정이다. 오는 7월 말까지 의견수렴과 실태조사를 벌인 다음 이르면 8월 중 적합업종을 발표할 계획이라지만 접수된 업종마다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동반성장위는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대기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는 것부터가 토론거리다. 중소기업 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은 모두 대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요구이지만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그들대로 차별적 기준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범위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결국 기업 규모에 따라 시장을 세분하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연 생태계를 허물고 기업 규모별로 자그만 수족관을 만들거나 식물원을 만드는 허망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규모만 논란인 것도 아니다. 대기업의 직접 생산만 제한하느냐,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까지 제한하느냐를 두고도 논란이다. OEM 전문 중소기업과 독자 브랜드 중소기업 간에도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신제품이냐 내수냐 수출이냐 등에 대한 논란은 처음부터 논쟁의 블랙홀이었다. 대기업-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이 초래한 어이없는 결과다. 동반성장위는 업종 상황에 따라 예외를 두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리 되면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결국 동반성장위의 갈팡질팡하는 자의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그런 제도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제도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애당초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한 일을 정부가 억지로 추진하려는 데 있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지만 그런 전제는 동태적으로 변하는 시장에서는 결코 유효할 수 없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그러했듯이 중소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