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차기 전당대회가 현행 당헌 · 당규를 적용하되 선거인단 규모만 대폭 늘리는 선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지난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밝혔던 당헌 · 당규와 관련한 의견과 일치해 '박근혜 파워'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253명을 대상으로 벌여 25일 발표한 '전대 룰 개정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권 · 대권 분리 규정'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1%로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 47%보다 4%포인트 높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자는 의견에는 60%가 현행대로 전당대회 순위에 따라 1위가 당 대표를 하고 차점자를 최고위원으로 하는 방식을 유지하자고 답했다.

분리 선출 방안은 38%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현행 유지시 투표 방식으로는 '1인 2표,2인 연기명'인 현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84%로 압도적이었다. 선거인단 규모를 전당대회 대의원 1만명 이내로 한 현 규정에 대한 설문에는 응답자의 62%가 확대를 주장한 반면 현행 유지에 찬성한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선거인단 규모의 경우 13만여명 수준인 책임당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45%,당협별 유권자 수의 0.6%인 23만명까지 늘리자는 대답이 30%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가 참고자료이긴 하지만 26일 비대위의 끝장 토론 등 전대 룰 관련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전대 룰과 관련한 당의 의견이 '박근혜 방식'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를 보이자 친이계는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전대 관련 발언 때문에 당내에서 전대 룰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친박계와 소장파 의원들은 발언을 자제해 대조를 이뤘다.

박준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게임의 룰에 집착해 박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하는지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당권 · 대권 분리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를 맡아 최선을 다하면 대권주자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차원에서라도 당권 · 대권 분리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의원도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당직을 그만둬야 하는 현행 당권 · 대권 분리 규정으로는 여당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를 6개월 정도로 줄여 여권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은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당을 운영해야 하는데 특정 정치인의 발언에 휘둘리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