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를 비롯한 태양광산업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25일 급락했다. 태양광발전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의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속도다.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이 이미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가격하락 속도마저 빨라져 내년 이후로 예상됐던 업계 구조조정이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OCI 등 태양광업체들은 최근 상승장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증시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태양광 관련주 10%대 하락

삼성증권은 최근 OCI의 목표주가를 89만원으로 제시했다. 25일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를 성공적으로 발행해 7억달러를 신규 시설 투자에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날 OCI 주가는 11.29%(5만6000원) 급락했다. 전 고점인 지난달 28일(64만원)에 비해선 31.25%(20만원) 폭락했다.

시장조사업체인 PV인사이트가 집계해 26일 발표할 예정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난주에 이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파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는 물론 다른 태양광산업 관련 종목에도 미쳤다. 자회사를 통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웅진에너지가 7.52% 하락했으며,현대중공업과의 합작을 통해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있는 KCC 역시 4.02% 떨어졌다. 자회사인 한국실리콘을 하반기에 상장시킬 예정이던 오성엘에스티는 상장 차질에 대한 우려로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한화케미칼은 6.29% 하락했으며 태양광발전 모듈을 만드는 에스에너지도 11.85% 떨어졌다.

◆성장 아니면 도태,변곡점 오나

폴리실리콘의 가격 하락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2013년까지 계획된 국내 업체들의 증설량만 해도 세계 수요의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 등 외국 회사들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벌써 3~4년 뒤에는 OCI와 KCC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리실리콘 수익성이'규모의 경제'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OCI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지만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여전히 수요가 많다"며 "해당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는 OCI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발전 단가 하락을 이끌어 다른 태양광 산업 업체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잉곳과 웨이퍼는 여전히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은 수혜를 볼 수도 있다.

◆OCI 주도주 복귀 여부 관심

화학주 랠리를 주도하던 OCI가 당분간 주도주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OCI 투자로 '재미'를 봤던 창의투자자문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이날 OCI를 대거 매도한 것으로 전해져 매수세가 유입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태양광 관련주 대부분이 화학주로 분류되는 만큼 '차 · 화 · 정(자동차 · 화학 · 정유)'의 한 축이던 화학주가 기를 펴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마침 LG화학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어 화학주는 당분간 침체기를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날 OCI에 12만9752주의 공매도가 나온데 따른 일시적인 급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우려가 과장됐던 데다 수급상의 문제까지 겹쳤다"며 "내달에는 주도주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