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유럽 대륙이 '재무장관파'와 '중앙은행파'로 양분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국가부채에 대한 '소프트 채무재조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채무재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그리스 위기에 직면한 유럽이 둘로 나뉘었다"며 "그리스 채무재조정에 대한 각국 재무장관들과 ECB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에 대한 소프트 채무재조정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그리스 국가부채에 대한 '상환기간 연장'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재무장관도 '상환기간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ECB는 즉각 "그리스 채무가 재조정될 경우 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서 그리스 국채가 담보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그리스 채무재조정과 관련한 어떤 논의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로렌초 비니 스마기 ECB 이사 역시 "채무재조정은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그리스 지원을 둘러싸고 각국 재무장관과 EC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대립을 보이는 이유로는 각국 재무장관과 ECB의 정책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 지적된다. 재무장관들은 어떻게든 추가 지원을 실시해서 그리스의 유로화 체제 이탈을 막고 유럽 단일통화 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ECB는 유로화 가치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