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놀랐다. 지난해 KBS의 '남자의 자격-남자,그리고 하모니'에서 연예계 대선배들에게 호통을 치며 박칼린 감독과 맞먹는 카리스마로 보컬 트레이닝을 주도한 '재림쌤'이 겨우 스물일곱 살이라니.2주일 전 서울재즈페스티벌 개막작 '디스 이즈 칼린'의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1000여명의 관객을 휘어잡은 그의 뮤지컬 경력도 3년밖에 안 됐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사진)은 음악감독 박칼린의 애제자다. 내달 3일 개막하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게오르그 역으로 3개월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을 달굴 그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185㎝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다.

"키가 커서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요. 무대에서 작은 동작을 해도 눈에 잘 띄니까 실수가 금방 탄로나고,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

고등학교 때 성악을 시작한 그는 경원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군악대 제대 후 무작정 박칼린 감독이 대표로 있는 청담동의 한 뮤지컬 스튜디오를 찾았다.

"2008년 9월이었어요. 작곡과에 있는 친구와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뮤지컬 '렌트' 오디션 1주일째더라고요. 외국 여성이 피아노 앞에서 파김치가 돼 있더군요. 6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왔었대요. '지킬앤하이드'의 주제곡 '지금 이 순간'을 불렀어요. 그 곡은 오디션에선 식상한 레퍼토리인데,노래를 시작하자 감독님이 자세를 고쳐 앉고 눈을 크게 뜨더라고요. "

그렇게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는 2009년 '렌트'에서 에이즈 환자이자 컴퓨터 천재인 톰 콜린스 역을 맡았고 '헤어 스프레이' '남한산성' 등 대작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고2때 성악을 시작했으니까 남들보다 늦은거죠.오히려 그 점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성악을 오래 했던 친구들은 그 발성법을 버리지 못해 고생하는데,저는 두 장르를 넘나드는 게 편했어요. "

박 감독은 지금도 무서운 스승이자 섬세한 코치다. 잡념에 사로잡히거나 안일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예리하게 잡아낸다. "가끔 친구들 만나 술도 오래 마시고 싶고 그렇잖아요. 술자리에서 세 시간 정도 떠들고나면 더 할 말이 뭐 있냐며 귀가를 독촉하곤 하죠.자기관리에 워낙 철저한 분이고,그 옆에서 배우다보니 저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은 1891년 독일을 배경으로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얼터니티브 록 계열의 강렬한 음악에 안무도 파격적이다.

"2009년 초연 때 보고 독특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게오르그 역만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제가 그 역할을 맡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감성적이고 내면이 꽉 찬 역할이라 재미있어요. 젊은이들의 뜨거운 땀이 그대로 느껴질 겁니다.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