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마찬가지입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협력업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

김승준 아이앤컴퍼니 대표(41 · 사진)는 동반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인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약자인 중소기업을 돕는 게 아니라 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파트너인 협력업체와 함께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라고 밀어붙이기 때문에 대기업도 단기 이벤트성으로 대응한다"며 "자신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고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토종 컨설팅회사인 아이앤컴퍼니는 2003년부터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해 왔다. 동반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기존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동반성장 전문 컨설팅을 준비 중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인 김 대표는 2000년 아이앤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기업 몇 곳에 프로그램을 소개했더니 큰 관심을 보였다"며 "하지만 대부분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장기적 · 근본적인 변화는 기피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반성장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동반성장이 이뤄지려면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를 시스템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통해 우수한 협력업체를 대우해주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정기적으로 퇴출시켜야 협력업체와 완제품의 경쟁력이 모두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대기업과 3년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초반 2년간 시스템화에 주력했으나 구성원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니 큰 성과가 없었다"며 "포스터,사보,이메일 등을 통해 인식 변화에 집중한 이후에야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공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공기업은 일 처리를 무난하게만 하려고 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저입찰제 등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전략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면 공기업도 성과에 따라 협력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