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0년 전쯤 독일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오스트리아 · 영국 등에서 맨발공원이 12개나 생겼다. 이들 공원에선 모래,진흙,잔디,자갈이 깔린 개울,통나무와 여러 가지 나뭇결 등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국내에선 이 정도의 공원은 없지만 계족산 외에도 전국 곳곳에 맨발로 걸을 만한 길들이 마련돼 있다.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길목인 경북의 문경새재 옛길의 제1관문 주흘관에서 제3관문 조령관까지 6.5㎞가 황톳길이다. 주흘관에서 조령관 쪽으로 걷자면 약간 오르막이지만 아이들도 함께 걸을 만하다. 주흘산,조령산,새재계곡 등 주변 경치도 아름답다.

매년 열리는 맨발걷기대회가 오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새재박물관 앞 광장~제1관문~제2관문~새재야외공연장 코스에서 개최된다.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30분,참가인원은 3만여명.야외공연장에선 축하공연과 즉석 무료 사진촬영,가훈 써주기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서울에서 가까운 맨발걷기 코스도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을 두르고 있는 청계산 속에 조성된 8㎞의 오솔길 중 일부다. 이 오솔길은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힘이 들 정도는 아닌데 두 번째 구간의 '생각하는 숲' 근처에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황토가 깔린 450m의 맨발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다. 길 끝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있고 도중에 쉼터도 여러 곳 있다.

울산 동구 주전동 봉대산공원에서 봉대산으로 오르는 길에도 9㎞가량의 맨발등산로가 있다. 마사토,모래,자갈,황토 등이 깔려 있고 해송,벚나무,동백나무 등이 주변에 우거져 경치가 좋다. 맨발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동해와 현대중공업,봉대산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북 순창 강천산에는 강천산 국립공원 매표소부터 구장군폭포까지 2.5㎞의 흙길 산책로가 있다. 병풍폭포,강천사,단풍나무 숲 등의 아름다운 경치가 도보길을 동행한다. 병풍폭포와 구장군폭포는 인공폭포이지만 장대한 경관을 자랑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