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의 옆방에 세들어 살면서 평소 우편물을 대신 받아준 세입자는 납세고지서 수령권한도 위임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납세고지서를 송달받지 못했으므로 추심해간 세금을 돌려달라"며 노모(59·여)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옆방 세입자인 박모 씨가 평소 노씨에게 온 우편물을 대신 받아 노씨의 두 딸이 사는 방문 앞에 놓아둬 왔고, 박씨가 이 사건 납세고지서를 받으면서 우편물 배달 증명서에 동거인이라고 적었다면 노씨는 박씨에게 납세고지서 수령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노씨는 1996년 양천구 신정동 한 아파트의 방 3개 중 1개를 임차해 중고교생인 딸 둘을 살게 하고, 자신은 전입신고만 해 놓았다.

박씨는 이 아파트의 다른 방에 살고 있었다.

세무당국은 1999년 1월 노씨가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은 건물에 1억1천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하고 노씨의 주소지로 납세고지서를 발송했으며, 이 고지서는 박씨가 수령했다.

세무당국은 노씨가 세금을 내지 않자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노씨의 예금 등 4천만원을 추심했고, 노씨는 고지서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으므로 과세처분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 재판부는 "박씨가 노씨로부터 우편물 수령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는 노씨에게 추심한 4천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