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공직자 전관예우를 막는 조치를 취했다가 소송에 걸리면 번번이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는 퇴직 공직자가 취업제한 결정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경우 한 차례도 승소하지 못했다.

법원은 퇴직 공직자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는 퇴직일부터 2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법원은 '밀접한 관련성' 여부를 판단할 때 공무의 공정성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함께 고려해서 취업제한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을 퇴직한 뒤 A보험사와 B보험사의 상근 감사위원으로 취업한 손모씨와 이모씨는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해임요구처분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공직자윤리위는 손모씨가 퇴직 전에 보험조사실에서 A 보험사를 상대로 실태 조사를 했고, 이모씨는 민원실에서 B 보험사에 대한 민원을 다루었으므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들이 직접 감독업무를 하지 않고 정책자료 활용 등의 목적으로 업무실태를 조사했거나 단순 내용을 안내하는 민원을 다루었으므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역시 금감원 출신인 송모씨는 퇴직 전 업무와 관련있는 C증권사의 상근감사로 취업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일시적으로 위임받은 업무를 한 경우 관련성이 있다 해도 취업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출신인 김모씨는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해임 요구를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국토해양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공직자윤리위는 도로기획관과 교통정책관으로 근무한 김씨의 업무와 설비건설공제조합간에 관련성이 있다고 봤지만, 법원은 국토관리청 발주 사업의 계약 권한이 조달청장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가 엄격하게 해석을 하다보니 법원에서 수용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런 점은 행안부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며 수위 조절에 고심을 거듭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취업제한 요건을 크게 강화할 경우 소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