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회당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추문으로 사실상 낙마함에 따라 사회당 유력 인사들의 대권 경쟁이 점차 가열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 르 파리지앵 신문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대표를 비롯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표 등 사회당의 유력 주자들은 일단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며 침묵 속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스트로스-칸 총재가 더 이상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사회당 내에서는 유력한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가장 경쟁력이 있는 대권 주자로는 올랑드 전 대표와 오브리 현 대표가 꼽힌다.

올랑드 전 대표는 이날 발표된 CSA의 대선 1차투표 여론조사에서 23%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우파 후보로 예상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1%포인트차로 누를 수 있는 유일한 사회당 후보로 조사됐다.

올랑드는 스트로스-칸 총재 사건 직후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실시한 사회당 경선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오브리에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서 사태 발생 이후 당내 단합을 외치고 있는 오브리 대표는 올랑드 전 대표에 비해 지지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측근들은 보고 있다.

오브리 대표는 현직 당 대표라는 프리미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당내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출마하면 자신은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 아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오브리는 온건파에 가까운 올랑드 전 대표보다 전통적인 좌파로 여겨지고 있어 스트로스-칸 총재의 측근들도 오브리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이 사회당 내부의 분석이다.

르 파리지앵은 17일자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진 스트로스-칸 총재의 추락 모습이 공개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평범한' 오브리를 선택될 여지도 있다면서 그가 '프랑스의 메르켈 (독일 총리)"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8일 사회당 소속 의원 40여명이 긴급 모임을 갖고 오브리 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택해 사회당의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 사회당 내 대권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2007년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패한 세골렌 루아얄도 대권 도전 의사를 표명했지만 18일 발표된 CSA를 비롯한 몇몇 여론조사에서 1차투표 탈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권 경쟁에서는 일단 처지는 모습이다.

이밖에 사회당에서는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 브누아 아몽 대변인 등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