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과 협박, 혹은 꼬드김에 넘어가 테러범으로
경찰 고문 때문에 허위자백설 제기도

물건을 훔친 한쪽 손을 내놓던가 아니면 자살폭탄테러범이 돼 죄를 씻고 가족에게도 영광을 안겨주는 길을 택하던가.

손을 잘라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14살의 아프가니스탄 소년은 탈레반이 내놓은 단 두 가지의 선택지 가운데 후자를 택했다.

마을의 한 결혼식장에서 휴대전화기를 훔쳤다가 탈레반에게 걸려든 누르 모하마드는 이렇게 당장의 고통은 피했지만, 그 길로 자폭테러범이 되는 훈련을 받았다.

가즈니주(州)의 미군기지 경비대원들을 사살할 수 있도록 권총 사용법을 익혔고 폭약이 주렁주렁 매달린 자살폭탄 조끼도 걸쳤다.

기지로 진입하면 조끼에 매달린 2개의 끈을 잡아당겨서 되도록 많은 군인과 함께 죽어야 한다는 가르침도 받았다.

순교자 차림으로 훗날 다른 소년 테러범들을 모으는 데 활용될 '홍보용' 사진 촬영까지 마친 모하마드는 탈레반에 의해 가즈니주 안다르 지역의 미군기지 근처로 안내됐다.

목적지로 한발한발 다가가던 소년은 그러나 자신과 남들을 죽이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에 돌연 폭탄 조끼를 벗어버리고 미군 기지에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모하마드처럼 수많은 아프간 어린이들이 이들을 자폭테러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탈레반들에 의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접경 지역인 파키티카주 바르말의 한 시장에서는 최근 12살 난 소년이 시장에서 입고 있던 폭탄 조끼에 불을 붙여 민간인 4명을 숨지게 했다.

어린이 자폭테러범이 느는 것은 성인 지원자가 줄면서 곤경에 처한 탈레반들이 갈수록 어린이들을 테러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프간 인권운동가인 나데르 나데리는 지적했다.

모하마드처럼 강압이나 협박이 아니라 꼬드김에 넘어가 테러범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달 초 파키스탄에서 아프간으로 넘어오다 국경도시 토르캄에서 체포된 8~10살 어린이 4명은 탈레반의 꾐에 넘어간 경우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아프간 당국은 페샤와르의 정보원으로부터 아프간 출신으로 파키스탄에 사는 어린이 4명이 자폭테러범이 되려고 국경을 넘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붙잡힌 어린이들 또한 신문 과정에서 이를 실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들이 일거리를 준다는 친척의 약속에 따라 왔을 뿐이며 전기충격기까지 동원한 경찰의 고문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지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모하마드는 현재 카불의 소년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14살 소년은 임무를 저버리고 탈레반 근거지를 미군에 밀고까지 한 대가로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고 가족도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