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공급량 증가로 채소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저온으로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작년은 물론 평년 수준 이상으로 출하량이 늘면서 주요 품목의 가격이 크게 내렸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12일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상품 10㎏은 1800원에 경락됐다. 한 해 전의 8515원에 비해 약 5 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달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상한 배추 경락가(2000원대 초반)보다 더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배추값이 급락한 것은 지난해 시세가 높았던 탓에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늘린 데다 날씨까지 좋아 봄배추 출하량이 작년보다 40%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김치와 배추 수입물량이 늘어난 것도 가격을 떨어뜨린 요인이었다.

봄배추 출하량은 늘고 있지만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는 배추값이 폭락하는 데도 찾는 소비자가 늘지 않자 포기당 850원까지 가격을 내려 판매 중이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봄배추 출하량이 증가세인 반면 소비량은 계속 줄어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배추 농가들은 정부와 협의한 끝에 다음달 10일까지 봄배추 총 1만t을 갈아엎기로 했다. 그러나 농경연은 6~7월에도 배추 출하량이 작년보다 10~2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하락세가 진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양배추도 출하량 증가와 작황 호조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작년 이맘때보다 10~20% 정도 늘었다. 이 때문에 가락시장 경락가 기준으로 양배추 가격은 작년(상품 8㎏ 6098원)뿐 아니라 평년(5988원)보다도 훨씬 낮은 28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올봄 양배추 재배면적 역시 작년보다 14% 넓은 데다 날씨가 좋아 봄 양배추 출하가 끝나는 7월까지는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표적인 양념 채소인 양파 대파 풋고추 가격도 지난해보다 30~50% 하락했다. 양파는 올해 햇양파 생산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겨울철 한파로 한때 생육이 부진했지만 포근한 봄을 지나면서 작황이 거의 회복된 상태다.

가락시장의 이진희 중앙청과 경매사는 "지금은 공급이 소비를 웃도는 상황"이라며 "제주도를 시작으로 햇양파 출하지역이 점차 북진하고 있어 시장 반입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파와 풋고추의 경우엔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파는 최근 2~3개월 동안 수입물량이 크게 줄었고,이달 중순부터 겨울대파 출하도 끝나기 때문이다. 풋고추는 물량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지만,최근 가격이 워낙 쌌던 탓에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청환 중앙청과 경매사는 "햇초와 묵은초 사이에 가격 편차가 있고 최근 기온상승 탓에 물러진 풋고추가 나오면서 상품성에 따라 가격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