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1970년대 율산그룹 신화를 일궈냈으나 순식간에 몰락한 신선호 센트럴시티 회장이 한국 굴지의 부자 대열에 다시 합류했다.

10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비상장 기업인 센트럴시티가 올해 처음으로 배당에 들어가 회사 지분 38.1%를 보유한 신 회장에게 229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올해 비상장사 대주주가 받은 배당금으로는 네 번째 큰 액수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이 올해 받은 배당액 187억원보다도 훨씬 많다.

신 회장이 고액배당 대주주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1970년대 중반 한국 재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율산신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광주 서중을 거쳐 경기고를 졸업한 신 회장은 20대이던 1975년 고교 동문 몇명과 함께 100만원의 자본금으로 율산실업을 세워 불과 4년 만에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급 그룹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중동 산유국들을 상대로 한 시멘트 수출로 사업을 시작한 율산이 건설, 의류, 전자 등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한 이면에는 재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불린 젊은 리더들의 패기가 있었다.

중동에서 시멘트를 하역할 항구를 구하지 못하자 납기를 맞추려고 군용 상륙함까지 동원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율산은 1977년 1억6500만달러 수출을 달성하고 이듬해 종합상사로 지정받아 재계를 거듭 놀라게 했다.

율산은 눈부신 성장 속도만큼이나 몰락도 순식간에 이뤄졌다.

1978년 정부의 ‘8ㆍ8 투기억제조치’로 건축자재 수출 길이 막히고 건설 경기마저 침체에 빠지자 심각한 자금난으로 부도를 내고 그룹 해체의 길을 걸었다.

신 회장 자신도 거액의 공금횡령, 외화도피, 뇌물공여 등으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재계에서 완전히 잊히는 듯했다.

영욕의 극치를 보여주고서 대중 앞에서 종적을 감췄던 신 회장은 2000년 서울 강남의 특급 호텔인 메리어트 호텔 개장식에 참석하면서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메리어트 호텔이 들어선 복합건물 센트럴시티 지분 9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은 그의 재기 여부에 집중됐다.

이듬해 신 회장은 50% 이상의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재기할 수 없는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경영권을 되찾은 신 회장은 2006년 대반전에 성공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호텔, 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적자를 이어가던 센트럴시티가 흑자 기업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갔음에도 신 회장의 부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그러다가 올해 처음으로 센트럴시티가 고액 배당을 함으로써 연착륙에 성공했음을 과시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센트럴시티와 같은 복합건물은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흑자 전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이번 배당은 사업이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