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이후] 보복테러·高유가 우려 확산…美시장 '공포지수' 8.6% 급등
9 · 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1인자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됐음에도 시장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의 빈 라덴 사살 소식 직후 급락했던 유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낙폭을 크게 줄였고 상승 출발했던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미국의 빈 라덴 사살이 초래할 보복 테러와 유가 급등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2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E)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8.6% 오른 16.03이었다. 평소보다 옵션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변동성지수가 상승한 것은 시장의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공포지수가 오르자 오름세로 출발한 뉴욕 주요 지수는 일제히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날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알카에다가 미국을 상대로 보복을 시도할 게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한 것도 시장에 테러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켰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주요 언론들도 빈 라덴 사망 이후 미국 국민 사이에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빈 라덴 사살 이후] 보복테러·高유가 우려 확산…美시장 '공포지수' 8.6% 급등

◆국제 유가 불안감

빈 라덴의 사망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감이 더 커지면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클린턴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로라 타이슨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는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빈 라덴 사망이 석유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 유가가 20%가량 더 오르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배럴당 41센트(0.4%) 하락한 113.52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영향은 제한적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에 대한 우려는 국채 매수 확대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졌다. 빈 라덴이 죽었어도 테러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연 3.28%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달러화는 제조업지수 2개월 연속 하락 등에 따른 경기 회복세 약화 우려 등으로 유로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0.0020달러 오른 유로당 1.4827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유로와 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지수도 10일 연속 하락해 1994년 5월3일까지 이어진 11일 이후 최장기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지수는 빈 라덴 사망 소식 직후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보복 테러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빈 라덴 사망 여파보다는 경제 여건을 반영해 자산 및 상품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데이비드 커틀러,로렌스 서머스 등 하버드대 교수들이 진주만사건과 6 · 25전쟁 등 49개 사건이 미국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빈 라덴 사망과 같은 비경제적 사건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 공포지수

변동성지수(Volatility Index).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낸다. 증시 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