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프로그램 출전 발레곡 '지젤' 연기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가 13개월의 공백을 깨고 은반에서 화려한 피겨 스케이팅을 선보인다.

김연아는 한국 시간으로 29일 밤 10시46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지난해 3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0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3개월 만의 복귀다.

김연아는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를 모두 건너뛰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만 준비해 왔다.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에 발레곡 '지젤'을, 프리스케이팅에 한국 전통음악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처음 선보인다.

김연아는 '지젤'에서는 격정적인 사랑과 아픔이 교차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고, '오마주 투 코리아'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선율로 역동적인 느낌을 살릴 예정이다.

이미 200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과 세계랭킹 1위 복귀에 도전한다.

시즌 초반 대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감각을 끌어올리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13개월 동안 실전 경험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히지만, 김연아는 현지 훈련에서 완벽한 컨디션을 자랑했다.

처음 공개한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한 차례의 실수도 없는 '클린 연기'를 선보였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한 번의 점프 실수를 빼고는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훈련을 마쳤다.

일본 대지진으로 갑작스럽게 대회가 한 달 가까이 미뤄진 상황에서, 오히려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며 아껴 뒀던 체력을 바탕으로 더욱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연아도 "연습보다 못하면 억울할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전체 마지막 순서를 뽑은 김연아는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21·일본)의 바로 뒤에서 연기한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던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앞뒤로 연기하게 돼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아사다는 대회 직전까지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신감이 충만한 김연아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사다가 28일 훈련에서 조금씩 점프 컨디션을 되찾은 모습을 보인 만큼 방심할 수는 없다.

김연아의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 변화를 겪은 이후 첫 실전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김연아는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헤어지고 피터 오피가드(미국) 코치를 새로 선임했다.

일각에선 고난도 점프에 점수를 더 주는 방향으로 채점 규정이 바뀌면서 김연아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연아는 고난도 기술보다는 예술성을 강조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대회를 준비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새로워진 김연아의 연기가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