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임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63 · 사진)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경제학자 출신의 드라기 총재는 ECB의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강력한 '인플레 파이터'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에 대해 "그는 능력 있는 인물이며 프랑스는 ECB 총재직에 이탈리아 출신 후보를 기쁘게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ECB 차기 수장으로 드라기 총재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로마 태생인 드라기 총재는 미국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플로렌스대에서 10년간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다. 2002년 골드만삭스 부사장으로 옮긴 후 2005년부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부패 스캔들로 위기에 몰렸을 때 '슈퍼마리오'란 별칭을 얻으며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 드라기 총재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FT는 "드라기 총재는 최근 ECB가 금리 인상을 결정했을 때 미국이나 영국에 앞서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정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며 "그의 단호한 메시지에 독일에서 드라기 총재에 대한 위상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FT는 다만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 시절 그리스와 스와프 상품 거래를 하면서 그리스 정부의 부채를 분식했다는 의혹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ECB 총재는 오는 6월 EU 정상회의에서 결정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