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활성화를 주된 내용으로 한 '3 · 2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이 대책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비판론자들은 기대했던 것만큼 주택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주택가격의 하락세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3 · 22 대책을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총량적 금융정책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며,그런 점에서 대출총량 규제를 되살린 정책을 실패로 단정할 수만은 없다고 주장한다.

한 민간 부동산 업체의 통계를 보면 비(非)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주택거래량은 대책 발표 이후 지금까지 상당히 감소됐다. 지난 한 달간 서울 아파트는 그 전달에 비해 거래 건수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택가격도 대책 이전보다는 이후가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격회생의 기미를 보이던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대책 이후에는 0.08% 감소추세로 돌아섬으로써,취득세 완화로 인한 거래 활성화 효과보다는 대출총량 규제로 인한 거래 위축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대한 만큼 주택거래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우선 정책 형성 과정에서 일관성과 신뢰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취득세 감면방안만 하더라도 세수감소를 우려한 지방정부들의 반발로 정책결정에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였는가 하면,분양가 자율화는 결국 무산되는 등 정책형성 과정에서 파행을 노출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은 사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이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최근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 논란을 두고 보더라도 정부가 시장기능을 신뢰하고 있는 것인지,아니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따라서 정부는 분명한 정책철학에 입각해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부동산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고주택의 거래비중을 높여야 한다. 구미의 경우 주택거래 중에서 재고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 반면에 우리의 경우 아직도 분양주택이 주택거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주택보급률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분양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기존주택의 처분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재고주택 처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부터 부동산 조세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유지해 온 '보유세 중과,거래세 완화'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거래단계에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도 거래세의 일환으로서 완화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의 전세대란도 따지고 보면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과도한 양도소득세 부과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익 환수의 정치논리와 시장공급 활성화를 통한 가격안정 논리 중에서 정부는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셋째로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로 인한 중견건설업체의 도산이나 제2금융권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PF 부실문제가 전반적인 주택공급 기반의 붕괴로 연결되지 않도록 우량한 주택사업을 철저히 가려서 사업의 계속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이제 국토해양부만의 문제도 아니고 건설업계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만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실물시장과 자본시장,특히 세계 자본시장이 긴밀히 연계돼 있음을 간파해 금융과 부동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시장에 대한 정부의 철학을 확고히 해 시장정상화의 큰 틀에서 접근하되,장기적인 수요구조의 변화를 살펴서 시장에 맡겨야 할 일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조주현 <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