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재개발 · 재건축 정비예정구역 가운데 사업이 지지부진한 32곳이 일괄해제된다. 장기간 건축허가 및 재산권을 제약받아 온 해당 지역 주민들도 별다른 반발 없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이 장기지연돼 온 정비예정구역 32곳에 대해 일괄적으로 구역해제 절차에 착수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폐지하고 주민들이 원하면 예정구역에서 해제하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한 '신(新) 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에 따른 후속조치다.

◆"손해 보느니 차라리 고쳐 살자"

정비예정구역 해제 대상은 미아9구역(미아동 75의 9일대) 공덕11구역(공덕동 249일대) 등 13개 자치구의 32곳으로 전체면적만 49만9000㎡에 이른다. 정비사업 추진의지가 미흡하거나 구역 지정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추진위원회조차 설립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유형별로는 수익성 저하 및 사업부진 지역이 20곳으로 절반을 넘는다. 당산동 4 · 5구역 등 나머지 12곳은 도시개발이나 지역주택조합으로 사업방식이 바뀔 전망이다.

공덕11구역 내 부여부동산 박성수 대표는 "허용 용적률 190%로는 개발이익을 낼 수가 없어 되레 손해"라며 "집주인들이나 상인들 모두가 재개발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가좌2구역 주민 남창선 씨(68)도 "5년 전쯤 뉴타운 개발 바람이 일면서 건설사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주민동의를 받아가 재건축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며 "인근의 가재울뉴타운을 봐도 대부분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한 채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많아 아예 구역해제 후 집을 고쳐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민의견 수렴(공람) 절차를 거친 뒤 오는 9월 최종 해제 대상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예정구역에서 해제되면 건축제한이 풀려 증 · 개축이 가능해진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주민들이 재개발 · 재건축을 원할 경우 최종 해제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제대상 구역 가운데 기반시설이 양호하고 필지모양이 반듯한 곳은 주민들이 원할 경우 방범 · 보안시설을 보강해 주는 휴먼타운 후보지로 검토한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79곳 새로 신청…지정은 최소화

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노후도 등 정비사업의 요건을 충족한 79곳은 최근 서울시에 신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서울시는 주민공람 등을 거쳐 오는 9월께 정비예정구역 최종 해제 구역과 신규 지정구역을 추가한 '도시 ·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신규 지정은 최소화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며 "오는 9월 마지막으로 예정구역을 지정하면 이후에는 권역별 정비방식인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전환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정선/박한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