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2%가 아닌 98%를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살펴봐야 한다. 전 세계 주식시장을 둘러보면 개별 국가마다 시장 업종구성 비중이 다르고 강점을 갖고 있는 산업 분야도 상이하다. 또 해외투자는 국내 투자자산만을 활용한 분산투자의 한계를 넘어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최근 '장기투자'나 '분산투자'를 바탕으로 한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는 이유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해외 주식형 펀드에 더해 원자재 섹터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 원자재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포트폴리오에 여러 지역과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을 편입했을 경우 국가별 지역별 자산별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건전성 측면에 큰 도움이 된다.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자산배분의 대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스웬슨도 "투자의 핵심은 시장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 아니라 자산배분에 있다"고 지적했다. 분산투자의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자산과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할 전략이라는 것이다. 98%의 새로운 투자 기회에 눈을 돌려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봐야 할 때다.

◆해외펀드는 중국 주목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머징 국가의 높은 물가상승률과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등 유럽 주변국가의 재정위기 이슈,리비아 사태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머징 주식의 성과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미국의 고용지표 및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선진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 랠리를 나타냈다. 최근 한 달간 이머징 증시가 재차 강한 반등을 보였지만 당분간 투자자들은 이머징과 선진국 증시에 대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 증시가 연말까지 더욱 강세를 보일지,반대로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중심의 이머징 국가들이 더욱 강한 반등을 보일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머징 국가 가운데 중국 증시의 부진은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 HSBC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인상을 전후로 중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은행과 보험사,유가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국영 에너지 기업 비중이 높은 홍콩 H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고용과 주택지표 등이 바닥을 다졌다는 측면에서는 미국 증시의 꾸준한 상승세도 예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 주식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되며 이머징 국가의 소비성장 수혜를 볼 수 있는 펀드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원자재펀드

올해 인플레이션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원자재펀드로의 전략적인 자산 배분이 매력적인 투자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보면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하게 유지될 때에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성과가 좋았다. 경기 회복은 다소 더디지만 물가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는 구간에서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높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원자재펀드는 콩 밀 옥수수 등 농산물에 투자하는 농산물섹터와 원유 석탄 등에 투자하는 에너지섹터,철광석 구리 등 기초광물에 투자하는 천연자원섹터 등으로 나뉜다.

현재는 리비아 사태와 일본 대지진, 포르투갈과 스페인 재정위기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질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원자재 펀드를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물가상승 위험을 헤지(회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판단된다. 주요 원자재 선물로 구성된 인덱스에 투자하는 '원자재 선물 인덱스 펀드'와 에너지 금 광산기업 등의 주식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원자재 주식형 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환헤지 등 투자 유의해야

해외펀드의 경우 투자하는 자산이 원화가 아닌 외화자산으로 표시돼 있다. 반드시 거래되는 통화로 환전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투자하려는 펀드가 환율변동에 대해 헤지(위험회피)를 하고 있는지,또 하고 있다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되고 있는지 상담을 통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원자재 펀드의 경우 선물 인덱스에 투자하고 원월물의 가격이 최근월물 가격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시장이라면 월물간 교체 매매시 '롤오버(만기연장)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물가격 상승폭을 100% 추종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해당 선물 시장의 월물간 가격 스프레드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가 우수한 펀드,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수한 펀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정기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비중 조정)을 통한 자산 재배분과분산투자가 핵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강효식 미래에셋증권 상품전략본부장 hs0815@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