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건설사 대출을 회수하겠다. "

모 대형저축은행 행장은 15일 "정부의 저축은행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결국 건설사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삼능건설,현진건설,LIG건설,삼부토건,동양건설산업 등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로 간 것도 모두 저축은행들이 만기연장을 안 해준 영향이 크다. 저축은행들은 정부의 규제를 지키기 위해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건설업 관련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저축은행마저 퇴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벌써 8개 저축은행이 PF대출 관련 부실과 유동성 위기가 겹쳐 문을 닫았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달 들어 금융당국에 이 같은 문제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금융당국은 오는 20~21일 열리는 '저축은행 청문회' 준비에 몰두하느라 외면하고 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과도한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 대출 규제로 저축은행 압박

PF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PF대출이라는 것을 개발해 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PF대출 잔액은 2005년 말 5조6000억원에서 2006년 말 11조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PF대출에 '급제동'을 건 것은 2006년 8월.일명 '30%룰'을 도입했다. 작년 9월엔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감독 규정을 통해 30% 이하로 PF대출을 유지하도록 강제했다. 올해 7월부터는 저축은행 PF대출 비중을 25% 아래로 내리고 2013년 7월부터는 20%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또 지난해엔 건설업,부동산 · 임대업,부동산 PF대출 등을 총 대출의 50% 이내로 제한하는 '50%룰'을 도입했다.

솔로몬 · 한국 · 부산 · 현대스위스 · 토마토 저축은행 등 대형저축은행들은 곧바로 PF대출과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 저축은행도 위기에 빠졌다. 2008~2010년까지 매해 1~2개씩 문을 닫던 저축은행들이 올해 8개가 한꺼번에 문을 닫았다. PF대출 비중이 70~80%에 달하던 부산저축은행과 그 계열사 4개가 한꺼번에 영업정지됐다.

◆건설사-저축은행 '윈윈'전략 필요

과도한 규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장은 "규제를 연차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바로 시행한 것은 건설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대 건설사 외 모든 건설사는 저축은행의 자금 회수로 경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장은 "우량한 건설사들에만이라도 신규 PF대출을 허용해 줘 건설사 간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의는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저축은행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건설사 위기로 번지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PF대출이 다시 정상적인 수준으로 진행되면 건설업체도 살고 금융회사도 산다"며 "상호 간 '윈윈'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선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건설사들이 잘못 판단한 책임이 크다"며 "수술할 부분은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