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7 재 · 보선을 보름여 앞두고 관심이 큰 분당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주말 현장에선 '50~60대는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30~40대는 손학규 민주당 후보'라는 통념을 뒤집고,강재섭을 지지하는 젊은층,손학규를 선호하는 장년층을 적잖게 만날 수 있었다. 각 캠프에서는'기존의 선거전략을 수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부모님과 함께 정자동에 사는 김시은씨(27)는 강재섭 후보를 지지하는 20대다. 그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인물을 잘 안본다"면서 "분당에서 오래 산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가 분당의 정서를 잘 알고 무엇이 필요한 지를 잘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물보다는 지역에 필요한 인물이 누구냐를 보겠다는 실용적인 답이다.

정자동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지숙씨(33)는 "손 대표가 자신의 대선을 위해 이번 분당을 선거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분당을 위해 특별히 일을 할 것 같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분당이 '미래의 지도자'를 뽑는 자리라고 내세우는 민주당의 전략에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김윤정씨(26)도 "대권이 손 대표 본인에게는 중요하겠지만 분당 주민한테는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장년층중에서는'분당이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박준동씨(52)는 "분당은 오랫동안 친여 지역이었다"며 "이제 정치적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 대표 만큼 정치적 실험을 단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강원도에가서 닭을 키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분당에서 15년 넘게 살아온 조옥희씨(47)는 "강 후보는 엘리트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게 한계"라면서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고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서민들을 이해하겠냐"고 반문했다.

본격적인 선거유세를 앞두고 분당의 표심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 범위안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민심의 향방은 통념을 뒤집는 길거리 인터뷰 결과 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게 양 캠프 관계자들의 공동된 의견이었다.

한편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날 "민주당이 2012년 대선 주자들의 운명과 직결되는 선거로 몰고갔다"며 "박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여론조사에서 투표하지 않으려는 분들 가운데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