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7일 "경제부처에서 제1의 목표는 물가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중시해온 이 대통령이 '제1의 목표'로 물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또 "기업과 개인의 소비를 줄이는 게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자나 깨나 물가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불가항력의 물가 상승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물가 안정 의지를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성공적으로 극복했듯이 물가 문제도 세계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가장 빨리 극복하는 나라가 되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유류비가 오르고 있어 문제가 있지만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해 물가 안정을 위해 내수 경기를 희생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경제정책 기조를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의미라며 고환율 · 저금리의 거시정책 기조가 저환율 · 고금리로 바뀐 것으로 해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용인하고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성장률이 어느 정도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5% 경제성장과 3%대 물가' 목표도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조만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기름값 인하와 관련,"요즘 정부가 강제로 (석유값 인하를) 했다,안 했다고 하지만 강제로 해서 될 것은 없다"며 "정유회사와 주유소도 국민이 고통받을 때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올해 흉년 때문에 처음으로 곡물을 수입해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고 이상기온 때문에 모든 채소 가격을 (적정 수준에) 맞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홍영식/유승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