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ㆍ루비 불출석…5월 말까지 휴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생명이 걸린 미성년 자 성매매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6일 밀라노 법원에서 열렸으나, 간단한 심문절차만 거친 뒤 10분 만에 종료됐다.

올해 74세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라퀼라 지진 2주기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고, 성매매 상대로 지목된 모로코 출신 나이트클럽 댄서 카리마 엘-마루그(일명 루비) 역시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베를루스코니 총리 지지자들과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 및 시민단체 인사들이 법정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열렸으며, 재판부는 5월 말까지 심리 절차 휴회를 결정했다고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이날 재판에 출석하고 싶었지만 로마에서 `공적인 용무(institutional engagements)가 부득이 출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변호인은 할리우드 유명배우 조지 클루니와 프로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레알마드리드),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 등이 포함된 증인 명단을 법정에 제출했다.

또 베를루스코니의 빌라에서 열린 난잡한 파티에 참석하고 야한 춤을 춘 것으로 검찰이 지목한 여성 33명도 법정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성년 성매매 상대자로 거론된 루비는 이 사건에서 원고 또는 피해자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루비 측 변호사가 밝혔다.

파올로 보카르디 변호사는 "(원고 등으로 나서는 것은) 총리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루비의 일관된 주장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대신 페미니스트 단체인 아르시돈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며 원고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지난해 2월부터 5월 사이에 당시 17세로 미성년자이던 루비와 13차례 대가를 주고 자신의 빌라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루비가 절도죄로 체포됐을 때 경찰에 전화를 걸어 석방 압력을 넣어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루비는 모두 성매매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성매매 의혹 제기를 좌파 사법부의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해온 베를루스코니는 지난달 "나는 거의 75살이 다 됐고, 내가 좀 밝히는(naughty) 편이긴 하지만 두 달 동안 여자 33명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권력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친척이라는 루비의 말을 믿고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번 재판에서 5년 이상의 형을 받으면 향후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밖에 위증을 대가로 영국인 조세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밀즈에게 60만 달러를 제공한 혐의와 자신이 소유한 언론기업 메디아셋의 영화 판권 거래액 부풀리기, 탈세 등 3건의 재판에도 출석해야 한다.

한편 이날 밀라노 법원 주변에는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