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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전·월세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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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뉴욕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임대료도 따라 올랐다. 에드워드 카치 시장은 재빨리 임대료규제법이란 걸 만들어냈다. 인상폭을 제한한 것은 물론 세입자를 강제로 내보내는 것도 금지했다. 처음에 세입자들은 환호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제값을 받지 못하니 주택공급이 확 줄어들었던 것이다. 결국 돈이 있어도 집을 구할 수 없는 사태로 발전했다. 부유층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서 기존 주거지역은 슬럼으로 변해갔다. 뉴욕 할렘가가 생겨난 배경이다.

    197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주도 임대료가 오르자 상한제를 도입했다. 역시 부작용이 속출했다. 임대료를 받아봐야 별 이득이 없다며 세를 놓지 않는 주인이 늘었고,임대주택 신규 공급도 끊겼다. 대신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오피스텔 등에 투자자가 몰렸다. 세입자를 골라서 들일 정도로 집주인의 입김이 세진 건 물론이다. 서민들만 골탕을 먹은 셈이다. 일본은 세입자 권리 보호 목적으로 시행하던 차가법(借家法) 내용을 2000년 들어 집주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보완했다. 부유한 은퇴자가 늘어나면서 질 높은 임대주택 수요는 증가했으나 공급이 따르지 못하는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가격 통제는 필연적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수급 불균형을 유발한다. 유럽 주요 나라가 임대료 규제를 시행하면서도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특정 지역이나 평형에 대해 임대료가 급등할 때만 한시 작동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는 분기마다 국립통계연구소가 공시하는 건축물가격지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올리도록 했고,영국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임대료 협상을 중재하는 사정관 제도를 운영한다. '연 5% 이내'라는 인상폭을 정한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

    민주당이 '전 · 월세 상한제'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에 가세했다가 발을 빼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등한 전세가격에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려웠을 게다. 세입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당장의 효과를 위해 전 · 월세 상한제를 덜컥 도입했다가는 세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거다. 시장을 거스르면 결국 부작용만 생긴다. 가뜩이나 주택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런 우를 범해선 안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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