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전단살포' 견제하고 내부동요 차단 의도…일각선 연평도 사태처럼 실제행동 돌입 우려도

북한이 남한의 대북 심리전 활동에 대해 '조준사격'을 언급하며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이 전통문을 통해 `조준격파사격'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지역군 사령관인 전선서부지구 사령관이 나서 격파사격이 실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20여 개 탈북자 단체가 천안함 폭침 1주년을 맞아 25∼26일 백령도에서 실시하려는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괴뢰 군부호전광들은 25일과 26일 악질보수단체를 백령도에 끌어들여 반공화국 삐라 수십만 장과 불순한 동영상 자료를 수록한 USB기억기, 1달러 지폐 등을 넣은 기구를 우리측 지역으로 날려보내기로 작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북심리전에 대한 북한 측의 잇단 경고는 심리전에 따른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아들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체제를 구축해 가는 와중에 이들 부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이 주민들에게 뿌려지고 심지어 '재스민 혁명' 내용까지 담긴 전단이 날아옴에 따라 민심 이반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북매체인 '데일리NK'는 22일 북한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평안남도 평성에서 북한 정권 3대 세습과 김정일 일가를 비난하는 내용의 인쇄물과 소책자가 뿌려져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며 "현재 평성에는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 책자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극소량만 수거됐다"고 전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매체는 "작년 6월 말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과 아파트 현관, DVD판매점 등에 뿌려진 '김정일·김정은 바로알기'라는 2권의 소책자와 '김씨 일가의 3대 독재세습은 망국의 길'이라는 삐라, 영화 중간에 남한의 발전상을 담은 DVD를 단독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민심이반 우려 외에도 북한이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와중에 지난달 초부터 우리 군의 주도로 즉석밥을 비롯한 식료품과 치약, 칫솔, 속옷, 약품, 학용품 등의 물품 살포까지 이뤄지자 북한 내부에 위기감이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선서부지구 사령관이 "연평도 포격전의 교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거든 삐라 살포를 포함한 모든 심리전 책동을 당장 중지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북한의 군사행동 위협에도 민간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백령도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조준격파사격 경고와는 상관없이 대북전단 살포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이전에 남측에 사전 통지문을 보내 보복포격이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통지문과 사전경고를 통해 명분을 확보하고 실제 군사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위협이 실제 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거친 경고'를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더 많이 담긴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5월24일 천안함 사태에 따른 조치로 우리 정부가 심리전 재개 방침을 천명하자 같은 날 북한이 확성기 등을 조준사격하겠다고 위협하고도 별다른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전단 살포를 일정과 장소를 알리면서 공개적으로 하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에 전단을 보내 주민들을 계몽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사전에 일정과 장소를 알리지 않고 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일부 단체가 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하면 오히려 국내의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