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현지료해'…김정일 '현지지도'와는 구분
전문가들 "내각 권한 강화 뒷받침"

북한에서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만 해온 현지시찰을 최근 내각 총리도 시작해 북한 핵심 권부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인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최영림 내각총리가 22일 평양시의 남새(채소)전문농장들을 료해대책했다는 기사를 23일 오전 내보냈다.

중앙통신은 앞서 최 총리가 2월23일과 24일 희천발전소 건설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3월11일에는 장산광산사업장을 찾았다고 보도, 최 총리의 별도 `현지료해'를 알린 바 있다.

현지시찰은 최고지도자가 통치력을 과시하는 북한 특유의 정책지도 방식인데 지금껏 총리를 비롯한 핵심 인사는 수행원의 일원으로서만 동행할 뿐 따로 시찰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최 총리의 시찰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가 아니라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는 식으로 `현지료해'로 표현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와 구분을 명확히 했다.

또 최 총리는 김 위원장과는 달리 과업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며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듣고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 총리는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한 곳을 뒤이어 살펴보면서 김 위원장이 내놓은 과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거나 김 위원장의 발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업장을 따로 챙기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최 총리의 이 같은 `별도시찰'은 경제부문에서의 내각 권한을 상당 부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북한의 주요 정책결정이 국방위원회나 당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사실상 내각은 별다른 권한이 없는 '허수아비' 조직에 불과했지만 최 총리에게 이례적으로 '현지료해'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은 내각의 위상 강화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희천발전소 건설사업장의 경우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첫 시찰지로 택한 후 1년간 4차례나 찾을 정도로 각별히 신경쓰는 곳이라 최 총리가 희천발전소부터 시찰에 나섰다는 점은 김 위원장의 '특별주문'에 따른 행보로 읽힌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돌아본 동북3성 지역을 같은해 11월 최영림 총리가 그대로 뒤따라 방문했을 때도 감지됐다.

작년 8월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이 큰 틀에서 북중 경제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최 총리가 구체적인 경협방안을 상의하고자 뒤이어 중국을 찾음으로써 유명무실하던 내각 조직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