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마이더스’와 ‘로열패밀리’가 안방극장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 재벌의 화려한 외면과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 SBS 드라마 ‘마이더스’와 MBC ‘로열패밀리’는 재벌가의 암투와 같은 좀더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 장남 상위, 남성우대는 가고 능력위주의 후계자 경쟁

최근 드라마 속에서 재벌가의 장남은 절대적인 권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SBS 월화드라마 ‘마이더스’에서는 시작부터 장남 유기준(최정우 분)은 인진그룹 후계자 경쟁에서 빠져있다.

차남 유성준(윤제문 분)이 차기 회장으로 공공연하게 지목된 상태에서 삼녀 유인혜(김희애 분)가 성준에게 도전을 해온다. 더구나 유성준과 유인혜의 경쟁은 그 동안 보여줬던 남-남 대결 구도를 떠나 남-여의 양상을 띄고 있다.

‘로열패밀리’도 마찬가지다. 공순호 회장의 큰 아들 조동진(안내상) 역시 일찌감치 동생 조동호 박사에게 유력자 자리를 내줬고, 조동호 사후에는 모든 자제들이 후계자 경합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현재 공회장에게 가장 큰 점수를 딴 사람은 차기 대통령 후보와 공조를 성사시킨 막내딸 조현진(차예련 분)이다.


# 킹메이커의 등장과 변화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후계자 경쟁을 벌이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을 지원하는 킹메이커 혹은 ‘멘토’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주로 그룹 내 임원들이 도맡았으나 최근에는 집안의 고문 변호사들이 새로운 주력층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능력과 법적 지식으로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후계자 후보들을 보좌한다.

‘마이더스’의 경우, 유인혜(김희애 분)는 집안 고문 변호사로 들어온 김도현(장혁 분)을 일찌감치 택하여 법망을 피해, 역작전(주가 조작 세력에 역으로 조작을 거는 행위)까지 감행해 유성준을 인진그룹 황태자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이에 유성준(윤제문 분)은 오랜 기간 인진그룹을 위해 헌신해온 최국환(천호진 분)을 멘토로 택해 유인혜와의 진검 승부를 준비하는 중이다.

‘로열패밀리’는 좀 더 로맨틱한 킹메이커를 선보이고 있다.

죽은 조동호의 처이자 자신의 후원자인 김인숙(염정아 분)을 JK가의 핍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를 자청한 한지훈(지성 분)이 그 주인공이다.

한지훈은 우선 인숙을 금치산자 판정에서 벗어나게 하고 공순호 회장이 아끼는 JK클럽의 사장자리에 김인숙을 올려놓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헌신적인 ‘멘토’를 자처하고 있으며 기사도 정신까지 발휘하고 있다.


#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

재벌 2세, 집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캐릭터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배우는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재벌 2세 유성준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윤제문이다.

윤제문은 재벌의 전형성을 탈피하여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있다.

특히 인혜(김희애 분)에게 자신의 후계자 자리를 되돌려 놓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자존심에 상처 입으면서도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려 눈물을 참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감탄시켰고 도현(장혁 분)에게 “당신 죽일 작정이거든. 당신 스스로가 죽는 게 낫겠다고 여기는 순간이 올거야.”라고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묵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제 재벌가 드라마도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시청자들도 이런 흐름에 따라 재벌 드라마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는 추세다.

전형성의 틀을 깨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참신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재벌 드라마는 보다 진화하는 양상이다. 또 하나의 소재로 구축돼 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또 다른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경닷컴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 사진_자료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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