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결산법인들이 지난해 경영성과를 마무리 짓고, 올해 사업계획 등을 확정짓는 정기주주총회가 410여곳에서 18일 일제히 진행됐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을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패션 등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 기아차와 신세계 등 상장사 414곳의 주총이 한 꺼번에 열리는 소위 '주총 데이'였다.

특히 동원수산, 아남전자가 경영진 및 소액주주간 분쟁 등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부터 경영참여 요구를 받은 동아제약도 '이슈 주총'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동지역 유가불안, 유럽의 재정위기, 일본의 대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이날 증시에도 봄바람이 불어오며 '화합과 협력'이 올해의 주총 키워드로 떠올랐다.

동원수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동부화재 빌딩 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회사는 최근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연일 주가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왔다. 대기업들의 주총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유다.

동원수산은 그러나 치열한 표 대결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란 당초 시장의 기대를 뒤로하고 모자(母子)가 화해의 무드를 조성, 극적으로 타협이 이뤄져 주총장 분위기는 시들해졌다.

경영진과 소액주주간 신경전이 펼쳐진 아남전자도 양보의 미덕을 앞세워 원활히 주총을 마무리 지었다. 그간 이견을 보여온 감사 선임의 경우 경영진이 내세운 후보가 선임된 대신 소액주주들은 주가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을 경영진으로부터 약속받았다.

동아제약은 GSK 한국법인의 김진호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에 앉혀 사실상 글로벌 제약사의 경영참여를 허용했다. 동아제약은 취약한 지분구조 탓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늘 골칫거리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GSK가 보유지분을 무기로 삼아 경영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한 듯 동아제약은 이사선임 안건에 대한 승인을 요구하기에 앞서 "GSK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제약의 올해 주총은 10여분 전부터 230석 규모의 주총장에 주주들이 꽉 들어차는 등 유난히 주주들이 많이 몰렸다. 동아제약은 현재 경영진의 보유지분이 약 11%. 제휴 관계인 GSK의 지분이 9.91%, 경쟁관계에 있는 한미홀딩스(한미약품 포함)가 약 8%의 의결권을 쥐고 있다.

이 외에도 LG전자, 신세계, 기아차 등 주요기업들의 주총도 이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을 대표이사겸 사내이사로 선임했고, 환경관련 사어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정관변경도 승인했다. 신세계는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나누는 기업분할 안건을 무리 없이 가결했고, 기아차도 이형근 부회장과 이삼웅 사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한편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의 '높은 배당' 주주제안으로 관심을 모았던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모두 경영진이 결정한 배당 안건으로 결정, 일단락됐다. 일부 주주들까지 불만을 토로하며 표대결을 벌였지만 장하성 펀드의 주주제안은 결국 무산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