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후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탄탄한 경제흐름이 반영돼 원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1141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전날에 비해 10원20전이나 뛰어올랐다. 일본 원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결과다. 원 · 엔 환율도 이날 30원 이상 뛰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역외세력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한 데다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이 같은 매매에 동참하면서 급등세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장 초반 코스피지수가 36포인트나 하락하자 원 · 달러 환율 상승폭은 더 커져 1144원까지 뛰어 올랐다.

하지만 단기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고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상승폭은 점차 줄었다. 한 외환딜러는 "원 · 달러 환율이 1140원을 웃돌면 외환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심리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최대 정책목표가 물가안정인데 환율이 뛰면 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도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돌아서고 외국인이 11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원 · 달러 환율은 결국 1135원30전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4원50전 오른 수준이다. 원 · 달러 환율은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0일(1121원80전)과 비교하면 13원50전(1.2%) 올랐다.

달러와의 재정 환율인 원 · 엔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432원92전을 기록했다. 전날에 비해 34원63전 올랐다. 지난 10일(1347원67전)과 비교하면 85원25전(6.3%) 상승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는 오르다보니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급락한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당분간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겠지만 당국의 개입 가능성과 견조한 수출 흐름 등을 봤을 때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일본 대지진 여파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면 경제여건이 환율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4.5%로 전망,3% 안팎으로 예상되는 미국보다 성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