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러' 차관, 우라늄 농축시설 사찰 수용 등 요구"

러시아가 북핵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북한이 핵무기 생산 및 실험 중단과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 수용 등과 같은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측은 이같은 입장을 11~14일 평양을 방문한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과 북한 박의춘 외무상과의 면담 등을 통해 북 측에 전달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이날 내놓은 언론 발표문에서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발표문에서 "11~14일 평양에서 러시아와 북한 외무부 간 정례 협의회가 열렸으며 이 회담에는 러시아 측에서 보로다브킨 외무차관과, 북한 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궁석웅 부상 등이 참석했다"면서 "보로다브킨 차관은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도 면담했다"고 전했다.

발표문은 "양측이 전통적인 상호존중과 신뢰 분위기 속에서 양자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과 관련한 다양한 측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강조점이 주어졌다"고 소개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정치-외교적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미룰 수 없는 필수 사안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협상 과정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북한이 일련의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행보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로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기초하여 아무런 조건 없이 6자회담 테이블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음을 천명할 것과 핵무기의 생산과 실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로켓 발사 등을 중단할 것,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한 조사와 북한 우라늄 프로그램을 6자회담 안건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할 것, IAEA 조사단이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도록 초청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발표문은 또 러시아 외무부 대표단이 남북한 간 대화 재개와 협력 관계 확립을 지지하며 러시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와 남북한 철도망 연결, 러시아에서 출발해 북한을 경유해 남한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 유사한 노선을 통과하는 송전선 건설 등 러시아 측이 제안한 프로젝트들이 아주 유망하다고 발표문은 강조했다.

발표문은 또 "러시아 측은 특히 북한과의 선린우호관계의 추가적 발전과 정치.경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의 양자협력에 새로운 자극을 줄 필요성에 대한 의사도 밝혔다"며 "러시아는 북한 정부의 요청으로 이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규모를 5백만 달러까지 늘렸을 뿐 아니라 양자 관계에 기초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의 발표에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박의춘 외무상이 14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과 그 일행을 만나 담화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이 '의례방문'했으며 친선적인 분위기에서 담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담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