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피겨여왕' 김연아(21·고려대)의 '은반' 복귀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일본 언론은 21일부터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피겨 세계선수권대회가 대지진의 영향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ISU는 이날 중으로 연기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이탈리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공식 경기에 나서지 않은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복귀무대로 삼는다는 목표로 훈련에 매진해 왔다.

김연아는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하고서 현역 정상급 선수 대부분이 참가하는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뛰었다.

국내 대회와 동계아시안게임에도 잇따라 불참한 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면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작년 10월 미국인 피터 오피가드를 새 코치로 영입해 새로운 비상을 준비했다.

'아리랑'을 기초로 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오마주 투 코리아'와 쇼트프로그램인 '지젤' 등이 새로운 무기로 거론됐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아이스쇼와 CF 에서만 모습을 드러냈던 김연아가 1년 가까운 공백기를 떨쳐내고 현역 선수로서 다시 한번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소중한 무대가 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회 자체가 연기되면서 김연아는 상당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연기된 세계 대회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추후 확정되는 경기 일정과 이미 잡아 놓은 개인 일정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4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본격 동참하는 것을 비롯해 아이스쇼 등 여러 행사에 참가한다는 계획을 잡아 놓았다.

애초 도쿄 대회를 마친 뒤 4월 3~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도시 합동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또 5월 18~19일 스위스 로잔에서 진행되는 '후보도시 브리핑'에 이어 7월6일 개최 도시 선정이 이뤄지는 남아공 더반에도 간다는 계획이었다.

아울러 5월 6일부터 3일간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아이스쇼를 펼치는 스케줄도 잡아 놓았다.

그러나 세계 대회의 새로운 일정이 김연아의 기존 스케줄과 겹치게 되면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또 일정이 직접 맞물리지 않더라도 다른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실전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나라의 얼굴'로 나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접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나중에 올해 세계 대회가 아예 취소되는 상황이 오면 그것도 김연아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올 10월 하순께 시작되는 다음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참가하게 되면 공백기가 2년 가까이 길어져 '현역 선수'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