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종로,압구정.과거 영어학원들이 밀집해 있던 지역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수많은 학원이 모여있다. 그런데 10여년 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 하나가 있다. 영어회화 학원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영어회화 학원은 모두 수험영어 대비 학원으로 바뀌었다.

영어회화 학원에 대한 수요는 어디로 옮겨갔을까. 전화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영어회화 학원에서는 원어민 1명이 20명가량을 한꺼번에 가르치기 때문에 수강생들끼리 어색한 영어만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원어민과 직접 대화하는 전화 영어가 성행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전화영어에도 단점이 있다. 우선 투입하는 시간에 비해 비싸다는 점.원어민이 대부분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영어를 쓰고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에 강사의 수준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제대로된 단계별 교육을 받기도 어렵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치명적인 전화영어의 단점이 있다. 그것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 않고는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회화를 하는 수준이 아니면 전화 영어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단점을 파고든 서비스가 있다. 영어 회화 교육 전문 사이트 스픽케어닷컴이다.

◆발음 교정과 말하는 법 강의에 올인

스픽케어는 speak과 care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바로잡아준다는 뜻이다. 스픽케어는 전화영어의 인터넷판 서비스다. 전화영어와 마찬가지로 타깃층으로 삼고 있는 고객층은 승진을 앞둔 직장인,공무원,취업을 앞둔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 성인층이다.

스픽케어가 우선 선보인 교육과정은 토익 스피킹 시험 준비과정과 국제공인 영어회화 평가 오픽(OPIc) 준비과정 등 두 가지다. 대중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데도 신경을 썼다. 실제 시험 대비에 필요한 정규 교육과정만 유료로 제공하고,다른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한다. 토익 스피킹 및 오픽의 모의 테스트는 물론 스피킹 시험 대비 관련 자료와 영어 글쓰기 첨삭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월 14만8000원에 매일 10분씩 원어민과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원어민들은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현지인이다.

◆이투스 창업 멤버들로 이뤄진 창업진

스픽케어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은 '벤처기업이 만든 사이트일 텐데,굉장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을 게 분명하다. 군더더기 없이 영어 공부와 취업준비,이와 관련된 각종 상담이나 대비 노하우 등 관련 페이지로만 사이트가 구성됐다. 사이트 기획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 단단함의 근원은 창업자들로부터 나온다. 대표를 맡고 있는 심여린 사장,스픽케어 창업자인 이비호 부사장,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양회봉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모두 교육업계 벤처신화로 불렸던 이투스 창업 멤버들이다. 이 부사장,양 이사,심 사장 등 세 사람은 서울대 벤처창업동아리의 멤버이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8학번,심 사장은 서울대 의류학과 99학번이다. 두 사람은 부부다. 양 이사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99학번이다.

22세에 이투스를 공동 창업하고 SK컴즈에서 전화영어인 '스피쿠스'를 개발했던 이 부사장이 직접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CJ오쇼핑과 NHN에서 6년간 직장 생활을 거친 심 대표는 이 부사장과 2006년 결혼한 뒤 남편이 2008년 설립한 스픽케어의 대표이사가 됐다.

◆초보자용 스피킹맥스 다음 주 오픈

한국에서 영어 말하기 교정 사업이 통할까? 이비호 심여린 부부는 이 점이 궁금했다. 우선 네이티브를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그들이 생각하기에 네이티브에도 레벨이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북미권의 영어 교육을 해 본 사람을 스픽케어에서 채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2009년 10월 미국으로 건너갔죠.미시간주립대(MSU)에서 미국의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스픽케어 아이디어를 소개했습니다. " 심 사장의 설명이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자신들이 말하기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미시간주의 고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미시간주 정부의 초청도 받았다. 현재 스픽케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어교사는 30여명이지만 등록 교사는 100명이 넘는다. 회원이 늘어나도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자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하지만 스픽케어가 준비하고 있는 회심의 프로젝트는 따로 있다. 완전 초보자용 영어 스피킹훈련 프로그램 스피킹맥스(Speaking Max)다. 스피킹맥스는 기본적인 대화의 시작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실질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이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중순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촬영을 했다.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하버드,컬럼비아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직접 출연했다. 심 대표는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최고급 인재들도 이렇게 쉬운 영어로 말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그들의 말을 따라하면서 배울 수 있게 하려고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실제 말하는 것을 기반으로 교재도 제작했다. 스피킹맥스는 3월 셋째주 오픈할 예정이다. 가격은 한 달치 3만원,두 달치 4만8000원,6개월치 9만8000원 등이다.

왜 초보자용 시장 공략에 나섰을까? "막상 서비스를 내놓고 보니 시험용 영어 말하기 시장이 경쟁은 치열한데 배우는 사람은 한정돼 있더라고요. 말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 시험은 고사하고 말하기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두려움을 없애줘야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