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훈풍이 부는 듯 했던 국내 증시에 다시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2000선 안착에 실패한 코스피지수는 1980선으로 되밀렸고, 8일 역시 하락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는 계속 오르고 수급 불안도 지속되고 있어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코스피지수는 24.41포인트(1.22%) 내린 1980.27로 마감하며 사흘 만에 하락 반전했다. 약보합으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도에 이렇다할 반등 시도없이 뒷걸음질쳤다.

지난 3,4일 5000억원 가까이 사들였던 외국인은 475억원 매도 우위로 한발 물러섰다. 선물은 1조원 넘게 팔아 프로그램 매물을 야기했다. 기관도 이틀째 순매도였다. 개인이 2800억원 가량 저가 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밤 사이 국제유가(WTI 기준)가 또 오르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 인도분은 배럴당 1.02달러 오른 105.44달러를 기록했다. 무아마르 카다피를 지지하는 세력이 반군 점령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때 10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주에만 7% 가량 급등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국내 증시가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 급등세가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어 부담” 이라며 “당분간 유가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진영이 ‘분노의 날’로 지정한 오는 11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예고대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경우 민주화 시위가 산유국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유가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유가가 경기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며 “국내 증시 수급이 개선되기 위해선 유가 오름세가 진정되고, 유럽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미국계 자금은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으나 유럽계 자금은 두달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재차 조정을 받기는 하겠지만 지수 저점을 높여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험상 외부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까지 밀린 경우 추세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며 “바닥권에서는 특히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지수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술적 반등이 상당 부분 이루어질 때까지 낙폭 과대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관심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며 “보험과 은행 등 실적 전망이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업종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화학과 자동차 역시 실적 전망이 크게 변하지 않는 대표 업종으로 꼽았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