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오빠(가수 '비'의 본명),사랑해."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예술문화회관에서 최근 열린 K-POP(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객석을 가득 채운 일본 팬들이 우리말로 비의 노래를 열창했다. 신예 아이돌그룹 틴탑과 오렌지캬라멜 등이 20여 곡을 연달아 부를 때도 팬들은 열광했다.

세계 3대 축제인 '삿포로 눈축제'의 공식 행사였다. 이 축제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과 일본 삿포로관광협회,일한문화교류회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등이 후원한 글로벌 행사.이날 공연을 본 아리아 미사 씨(20)는 "역시 '비'는 최고"라며 "포스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마에다 나쓰미 양(19)은 "나와 나이가 같은 틴탑을 좋아한다"며 "댄스가 개성적이고 리더의 랩도 멋있다"고 했다.

◆3대 기획사 매출 2배 급증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로 출발한 한류가 중년 주부 중심이었다면 K-POP을 앞세운 '신한류(新韓流)'는 10대와 20대로 팬층을 넓혔다.

K-POP 열풍의 주역인 3대 가요기획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09년 매출 103억원,순손실 45억원을 기록한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210억원,순익 10억원을 거뒀다. 미쓰에이의 '배드걸 굿걸'은 지난해 음원사이트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2PM과 2AM의 곡들도 정상을 달렸다. 원더걸스는 '노바디'로 중국 최대 인터넷사이트 큐큐닷컴에서 최고의 한국 노래로 선정됐다. 원더걸스는 일본에서도 소니뮤직과 음반 유통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뮤직비디오 DVD 4만5000장을 팔아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JYP는 올해 해외 활동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2PM이 4월 일본에서 첫 앨범을 내고 5개 도시 순회공연을 펼치며,원더걸스는 5월 미국에서 새 앨범을 출시한다. 미쓰에이와 2AM도 중국과 일본 등에서 앨범을 내거나 공연할 계획이다. 최근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JYP의 정욱 대표는 "한류사업을 확대하고 수익기반을 다지기 위해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 캐나다서도 인기

지난해 매출 440억원,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한 YG엔터테인먼트의 양민석 대표는 "10년간 매출 신장에 흑자를 기록해왔다"며 "올해는 빅뱅과 2NE1의 해외 활동을 늘려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태양은 아이튠즈 차트에서 미국과 캐나다 R&B,솔 부문 1,2위,지드래곤과 탑은 힙합차트 1위에 올랐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사업 실적은 지난해 3대 기획사 중 가장 뛰어났다. 3분기까지 매출만 682억3200만원.2009년의 총 매출(617억8800만원)을 넘었다. 이 기간 해외매출은 139억원에서 393억원으로 182%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63%가 해외에서 이뤄졌다. 슈퍼주니어가 중국 동남아에서 순회 공연을 했고 동방신기 앨범의 로열티 수입도 늘었다. 소녀시대의 아시아 투어 수입,컬러링 등 디지털 음원 매출도 급증했다.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겨냥

K-POP은 이처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비주얼을 강화한 기획 상품이다. 여기에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각국 팬들은 이벤트에서 촬영한 스타들의 동영상과 소식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한다. SM 관계자는 "3~6년간 가수들에게 춤과 노래,연기 등을 맹훈련시켜 '완성품' 상태로 시장에 내놓으며 경쟁력을 높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그룹을 조합하고 음악과 안무 등을 전략적으로 트레이닝시킨 게 강점이라는 얘기다. 데뷔 초기 미숙했다가 연예활동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일본 아이돌그룹과 차별화했다.

SM과 JYP,YG 등은 음악 외에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트레이닝도 시킨다. 20여개의 커리큘럼으로 세분화해 비보이댄스,아크로바틱,심리상담 등을 가르친다.

학업 성적이 일정 수준을 못 넘으면 퇴출시키는 학사관리도 시행한다. 오디션은 해외에서도 공개적으로 갖는다. SM에서 훈련 중인 30명 중 10여명은 외국인이다.

김영민 SM 대표는 "K-POP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면 아시아를 하나의 블록으로 자금과 인재를 엮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에서도 조만간 '소녀시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작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삿포로=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