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 기대감 꺾이며 실망매물 쌓여
개포 주공1, 잠실 주공5단지 등 2천만~4천만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 달 연속 상승세를 탔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등 일부 아파트는 최근 한두 달 새 2천만~4천만원 가량 빠지며 하락세가 완연하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단지도 매수자들이 대다수 관망세로 돌아서며 거래가 뜸하고 가격 상승세도 꺾였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시세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단지의 경우 지난 9일 강남구가 신청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의 심의가 보류되면서 호가가 2천만원 이상 빠졌다.

서울시가 개포지구의 소형주택 건설 비율을 늘리고 용적률을 하향 조정하라고 권고하면서 개발계획이 장기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개포 주공1단지 43㎡는 지난달 말 8억5천만원까지 호가가 올랐고 실제 8억3천만원에 팔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8억1천만~8억2천만원짜리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 36㎡도 최근 호가가 2천만원가량 하락했다.

개포동 N공인 대표는 "지구단위계획 심의 보류 이후 실망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어 거래는 안된다"며 "당분간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동 G부동산 관계자도 "매물은 많은데 시세보다 2천만원 이상 싸야 팔린다"면서 "호가는 지난달보다 평균 500만~1천만원 이상 빠졌는데 거래가 안 되면 좀 더 내려갈 것 같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약세다.

1월 중순 이후 매수세가 줄면서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 112㎡는 연초 11억9천만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11억5천만~11억6천만원으로 3천만~4천만원가량 떨어졌다.

거래가 안되면서 매물도 쌓인다.

잠실 S공인 대표는 "이달 들어 작년 말 대비 3천만~4천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4~5건 거래가 되긴 했지만 거래량은 지난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호가가 하락했지만 매수세가 쉽게 달라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최근 보합세로 돌아섰고 거래도 주춤하다.

둔촌동 S공인 관계자는 "개포지구단위계획 심의 보류에 따른 심리적 여파인지 이달 중순부터 가격 상승세가 꺾였고 매수문의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거래 공백이 계속되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전월 대비 2천만원 정도 뛰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이달 들어서는 102㎡ 9억6천만원, 114㎡ 11억4천만원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치동 E부동산 관계자는 "작년에는 9억원 초과 취득ㆍ등록세 50% 감면 혜택이 주어져 거래가 제법 활발했는데 구정 이후로는 거래량이 뚝 떨어졌다"며 "단지 전체에서 매매된 물량이 단 3건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2~3개월 동안 자체 개발 호재를 타고 가격이 많이 올라 피로감이 쌓인데다 지난해 말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취득ㆍ등록세 감면 혜택 종료,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심의 보류 등의 악재가 겹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전체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세난으로 소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파트값이 싸고 전세비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어 봄이사철이 끝나면 전반적인 매매시장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이미윤 과장은 "재건축 사업성,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매수자들이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개포지구단위계획 변경안 확정과 3월 말 DTI 규제 완화 여부가 재건축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이유진 기자 sms@yna.co.kr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