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1982년 北방문…긴밀한 협력 관계
외교관계자 "뜬소문 사실일 가능성 희박" 추정
현재 외화벌이 간호사.의사 등 200명 상주

리비아 정부와 시위대의 유혈 충돌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 용병들이 시위 진압에 투입되고 있다는 소문이 리비아 현지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리비아에 있다가 이집트로 탈출한 건설 근로자들로부터 북한 용병이 시위 진압에 나섰다는 얘기가 돌아 두려웠다는 증언이 전해져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 데르나 건설현장에서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한 원 건설의 장명천 현장소장(67)은 25일 카이로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남북한 사람의 외모가 구별되는 것도 아니어서, `코리아 용병'이 동원됐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얘기가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원 건설 근로자들은 북한 출신 용병들이 벵가지 등에서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동원됐다는 소문이 퍼져 두려움이 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에는 `한국 용병들이 리비아 민주화 시위 폭력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글이 올랐다.

긴박한 리비아 현지 상황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글이나 오디오파일 등으로 받아 그대로 전하는 이 글에서 한 리비아 여성은 "한국과 아프리카 용병들이 벵가지 시위대와의 전투를 위해 밀려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기사 뒤에는 다급한 목소리의 오디오파일도 첨부돼 있었다.

주영 한국대사관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며, 오보로 인해 리비아 내 한국 근로자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가디언 측은 이 기사와 오디오 파일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 여성이 하필이면 `한국인(korean)'을 언급했으며, 원 건설 근로자들도 그 같은 뜬소문을 들은 것일까?
외국인들은 한국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으로 미뤄 이 리비아 여성도 아마도 북한 용병이 투입되고 있다는 뜬소문을 한국인(Korean)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에 이처럼 북한 용병 소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실제 북한인 용병이 리비아에 있다기 보다는 과거 북한군이 리비아에 파견돼 교육.훈련 등을 담당하는 등 북한과 리비아의 오랜 우호적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비아는 한국 보다 북한과 먼저 지난 1974년 수교했으며, 한국과는 1978년 총영사관계를 맺었다.

또 카다피 국가원수는 1982년 북한을 방문해 우호협력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국은 무기 등의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리비아가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받으면서 북한의 무기가 리비아에 대거 수출됐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또 과거 리비아에 정규군이나 보안군을 훈련시킬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리비아 사정에 정통한 한 외교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의 군사고문단이 파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그 같은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외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는 200여 명의 북한 인력이 활동 중이며, 대부분 젊은 여성 간호사와 의사들로 북한의 외화벌이 차원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은 트리폴리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일하며 한국인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