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데이터를 한번에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팅,수술 없이 종양을 치료하는 초음파,한번 충전으로 500㎞를 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이 미래 유망산업을 창출할 핵심 기술이다. "

삼성그룹의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삼성종합기술원의 김기남 원장이 꼽은 차세대 유망기술이다. 김 원장은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연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술혁신을 통한 지속성장'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그는 "노인인구 급증과 대도시화,에너지 환경문제의 부각 등이 큰 변화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IT,바이오헬스,에너지 환경 등이 새로운 유망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할 핵심 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신약 · 저가 LED 주목

김 원장은 우선 스마트IT를 유망산업으로 꼽았다. IT는 앞으로도 융 · 복합 과정을 거치며 계속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유망 핵심기술은 데이터 처리와 저장장치다.

그는 "데이터 용량이 커지면서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나오고 6코어 PC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밀도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도 D램,낸드플래시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현재 2G,3G,4G 등 통신사업자 중심의 데이터 전달 시스템이 데이터 폭증으로 간섭현상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인 사용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울트라 초고화질(UD) 디스플레이,플레서블 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역시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헬스 부문에서는 합성신약이 유전자 치료와 세포치료를 중심으로 변해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정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신약,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암백신 등이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타액만으로 병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기술 △IT시스템을 활용한 모바일 진단서비스 △수술하지 않고 초음파로 종양을 치료하는 기술 등도 유망하다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지구온난화는 이미 세계 모든 국가의 문제가 됐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망기술로는 제조 원가를 대폭 낮춘 태양전지와 LED조명,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등을 제시했다.

◆래디컬 혁신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이런 기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나 성능이 기존에 비해 5배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래디컬(radical) 혁신이라 부른다"며 "이런 제품이 있어야 주도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래디컬 혁신의 예로 낸드플래시와 한국의 조선업을 꼽았다.

김 원장은 "삼성은 오래 전부터 사이즈가 작고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낸드플래시가 모바일 시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고 준비한 결과 2005년 이후 모바일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섰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웅덩이 도크(dock) 없이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한 현대중공업의 스키드 공법 등을 래디컬 혁신의 예로 들었다.

김 원장은 "이런 래디컬 혁신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원천기술 확보,오픈이노베이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준/조미현/양병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