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가 전세난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에게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에 당장 눈에 띌 만한 공급 확대 방안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난의 근본원인은 결국 물량이 부족한 탓"이라며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이 충분치 않은 지금으로선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을 구하는 게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파 · 구로 · 고양 · 성남 물량이 많아

1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봄 입주가 가능한 2~5월까지의 입주물량은 서울 1만957채,경기도 1만5163채,인천 7418채 등으로 수도권에만 3만3538채에 이른다. 이들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될 경우 전세난이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이달 송파구에서 2047채가 입주하고 강남구에서 다음 달 1168채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이어 4월에는 구로구에서 2538채,5월에 성동구에서 551채 등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중랑구 · 광진구 · 서대문구 등은 100채 미만에 그쳐 전세난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 입주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서부권의 고양시다. 이달에만 3316채가 입주한다. 광명시에서도 이달 입주물량이 1204채에 이른다. 이어 4월에는 성남시에서 1297채가 입주 채비에 한창이다. 5월에는 부천시와 파주시에서 각각 1473채,1164채가 준공돼 상당수의 세입자들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인천에서는 연구수 · 서구 등의 입주물량이 많은 편이다. 연수구는 2~5월까지 4개월간 2943채가 완공예정이다. 서구도 같은 기간 2783채의 아파트가 입주를 하게 된다. 이다혜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입주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여서 입주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미리미리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덕 래미안5차,신계 e편한세상 주목

전세입자들은 전용면적 85㎡ 안팎의 중소형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신규 입주아파트 가운데 이 같은 크기의 아파트 단지로 구성된 곳도 적지 않다.

서울 공덕동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한 래미안공덕5차(794채) 아파트가 이달부터 입주한다. 임대물량으로 공급된 49㎡ 136채를 비롯해 79㎡형 313채,112㎡형 283채,148㎡형 62채 등 중소형 면적 위주로 구성돼 있다. 지하철 5 · 6호선 환승역인 공덕역이 가까워 출퇴근도 편리하다.

입주시기가 비슷한 대림산업의 신계동 e편한세상도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꽤 높다. 전체 867채 중 79㎡형 84채,109㎡형 445채가 포함돼 있다. 용산가족공원,용산전자상가,중앙대 용산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인근에 있다.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도 걸어서 10분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다음 달에는 흑석동에서 동부건설이 시공한 '흑석뉴타운센트레빌Ⅰ' 655채가 입주한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 물량이 전체 물량의 80%를 차지한다. 올림픽대로와 지하철 9호선 등을 통해 강남권과 여의도로 이동하기 편리한 입지여건이 장점이다. 동작대교,한강대교 등을 통해 강북 도심으로 진입하기도 수월하다. 오는 5월에는 행당동에서 대우푸르지오 551채가 준공될 예정이다. 42~142㎡로 구성돼 있다.

경기 광명시에서는 이달부터 광명역세권휴먼시아 797채가 입주한다. 99~113㎡로 구성된 중소형 단지다. 인천 경서동에서도 오는 5월 79~81㎡로 구성된 호반베르디움 1051채 입주가 예정돼 있다.

중대형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라면 1069채 규모의 인천 송도동 '송도자이하버뷰(112~336㎡)'나 645채짜리 용인 성복동 '힐스테이트1차(129~187㎡)'를 고려할 만하다. 면적에 비해 전셋값은 높은 편이 아니어서 넓은 주택에 거주하는 이점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고양시 덕이동에서도 이달부터 '하이파크시티 신동아파밀리에' 3316채가 입주할 계획이다. 112~348㎡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여서 물량이 풍부한 편이다. 단지 내 녹지율이 40%가 넘고 수영장과 스포츠센터 등이 갖춰진 커뮤니티 시설도 갖추고 있다. 2009년 개통한 경의선 탄현역도 가깝다.

◆주변 시세보다 전셋값 저렴한 편

입주아파트는 대규모 물량이 일시적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주변시세보다 낮게 형성되게 마련이다.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집주인들도 입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많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입주예정자들이 많아 잔금 납부일이 임박할수록 임대인보다 임차인에게 유리한 조건의 임대차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편의시설이 아직 덜 들어섰거나 대중교통망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아울러 입주예정자가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납부하는 경우 대부분 등기가 안된 상태여서 전세 계약 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함 실장은 "임대인이 실소유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분양계약서 사본을 받아두고 시행사나 건설사에 문의해 가압류 여부 등 권리관계 등을 반드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 관계도 고려해야 할 사안.자칫 경매로 집이 넘어갈 때 아파트 낙찰가율이 통상 70~80% 선이므로 집주인의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쳐 시세의 70%가 넘지 않아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특히 입주아파트들의 상당수가 부동산경기 호황기 시절에 공급된 고분양가 아파트가 많아 시세가 분양가에 밑도는 사례도 많은 만큼 대출금과 보증금 대비 집값의 비율을 보수적으로 따지는 것이 유리하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