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처리 지원 놓고 이탈리아-EU 갈등

최근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난민이 급증, 이 문제 해결을 놓고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 연합(EU)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5일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보도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튀니지를 거쳐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약 한달 사이에 이탈리아로 들어온 난민 수는 모두 5천278명으로, 대다수가 튀니지를 통해 입국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연합(EU)은 갑자기 늘어난 난민을 수용할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로베르토 마로니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최근 EU에 난민 처리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으나, EU측이 거절했다고 밝혀 갈등을 표면으로 끌어냈다.

마로니 장관의 공개 발언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마로니 장관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히 항의하고, "우리는 이탈리아에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EU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물었으나, 이탈리아 정부가 '현재로서는 아무 도움이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마로니 장관은 "EU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 것도 한 일이 없고 이탈리아에 책임만 넘기고 있다"며 EU 집행위원회측 주장을 재반박했다.

마로니 장관은 또 "난민 문제는 이탈리아 혼자의 문제가 아니며 유럽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EU에 1억 유로의 긴급 지원금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5천여 명의 난민들은 축구장 등에 설치한 임시 수용시설에서 지내고 있고, 새로운 수용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마로니 장관 등 이탈리아 정부 고위 책임자들이 남부 시칠리아 섬을 방문할 예정이다.

(로마연합뉴스) 전순섭 통신원 soonsubro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