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키코(KIKO) 피해기업 지원자금’ 사기대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세광그룹 계열사 대표가 또다시 사기대출로 법정에 서게 됐다.이번에는 위조한 문서를 금융회사에 제시해 3000억원에 가까운 선박건조비를 불법 대출받은 혐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13일 선박 용선계약서와 선수금환급보증서를 위조해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으로 종합해운업체 세광쉽핑 박모 대표(53)와 계열사인 세광중공업 노모 대표(51)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위조된 문서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메리츠화재 등에서 선박건조비 명목 자금 296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보유 선박을 다른 회사가 사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용선계약서와 선주로부터 선박건조를 위한 선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한다는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금융권 대출을 받고자 활용하는 대표적 수단이다.박씨 등은 자체적으로 위조하기 어려운 용선계약서의 경우 같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 담당자에게 계약서 위조를 부탁하고 그 대가로 1억1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이들은 이렇게 대출받은 돈 가운데 306억원을 빼돌려 계열사 채무를 변제하는데 사용하는 등 모두 47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해 빚을 갚거나 해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고자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해 38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예치한 뒤 수시로 돈을 꺼내쓰는 등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검찰은 이들이 금융권 대출금 일부를 자금난에 봉착한 회사의 구명 로비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조사했으나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울산지법은 지난해 12월 사기대출과 배임,허위공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 대표에 대해 배임과 허위공시 혐의만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노 대표는 분식회계 자료를 제출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등 11개 은행으로부터 키코 패스트트랙 지원자금 3288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은 “신용위험평가에서 재무제표 비중은 10~20%에 불과했고 은행들은 그보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이 회사 선주들이 은행에 선수금 지급보증을 요구해올까 우려해 대출해준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1996년 설립된 세광쉽핑은 2000년대 중반 군소 중공업체를 잇달아 인수ㆍ합병해 사세를 확장했으나 이후 조선경기 악화와 무리한 차입경영의 후유증으로 지난해 7월핵심 계열사인 세광중공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들어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