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기업인 심문 · 녹취권한 없다" 제하의 기사가 본지에 보도된 지난 7일.금융감독원은 오후에 해당 기사와 관련해 한 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금감원이 경찰이나 검찰처럼 강제적으로 기업인을 조사하거나 심문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금감원 조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행해지고 있고,피조사자에 대한 전화녹취도 상대방의 사전동의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작성부서는 자본시장조사1국 조사총괄팀,책임자는 장모 부국장,담당자는 김모 수석검사역,배포부서는 공보실로 표기돼 있었다. 과연 자료에 명시된 다수의 관계자들이 실제로 판결문을 읽었거나 재판에 한번이라도 참석했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도이치증권-대한전선 직원의 주식 시세조종 사건에서 조사를 맡은 박모 금감원 조사역은 재판에서 사전동의없이 피조사자와의 전화통화내역을 녹음한 사실을 인정했다. 대한전선 직원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동욱 변호사는 "금감원 사내 변호사까지 법정에 출석해 들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담당 판사가 "금감원 녹취시스템이 정당한지,그렇게 하는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해 알려달라"고 검찰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조사의 적법성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해명자료에서 밝히고 있듯이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사건 관계자에게 증언을 위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재판부도 당연히 이 같은 권한은 인정했다. 문제삼은 것은 사건 관계자에게 혐의를 추궁하는 등 수사기관과 같은 심문행위를 한 사실이었다. 자본시장법에서 부여한 권한을 넘어선 위법행위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비단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금감원 조사를 받고 온 기업인들은 경찰이나 검찰에서의 조사와 다를 바 없다고 하소연한다. C기업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역은 사실상 수사관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판결이 나올 때마다,기사가 나올 때마다 "잘못한 게 없다"는 투였다. 그렇다면 판사가 판결문에 적시한 금감원의 불법행위는 판사가 조작한 것인가. 반성이 해명보다 앞서야 한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