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위협·정부 무신경에 "독일 가고 싶다"

마피아의 위협과 정부의 지원 축소에 지친 이탈리아의 한 미술관 관장이 독일에 망명을 호소했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이 7일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의 카소리아에 있는 '현대예술박물관(CAM)'의 안토니아 만프레디 관장이 독일에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예술작품들을 보호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각가이기도 한 만프레디 관장은 "메르켈 총리에게 편지를 썼다"면서 "그녀가 망명을 허가해주면 미술관 직원, 그리고 1천여 점의 작품들과 함께 독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로 이탈리아와는 달리 이 분야에 많은 돈을 배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나의 행동은 진지한 것으로, 행위예술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프레디 관장은 독일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박물관에 독일 국기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A.T. 커니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 내 박물관이나 문화 관련 기관 10곳 중 한 곳은 2020년까지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독일도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프레디 관장은 낙후하고 범죄율이 높은 카소리아에 이 미술관을 설립한 뒤 60여 개 국, 1천여 점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마피아, 외국인 동화, 아동성애 문제 등에 관한 전시를 시작한 이후 살해 위협과 미술관 공격을 받았다면서 "침묵을 원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만프레디 관장은 또 설립 초기를 제외하고는 정부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자신이 사재를 출연하거나, 개인 후원자 및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가 최근 문화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항의와 파업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박물관은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