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군부가 오랜 반목과 불신,파벌다툼으로 사실상 내분 상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평화적인 시위 대처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은 이집트 군의 이미지와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미국 정보당국은 이집트 군부가 파벌과 불신으로 반목이 심해 외부 자극이 주어질 경우 심각한 분열과 대립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동안 수처리업체와 식품업체 운영 등 각종 산업계를 장악해온 군 장성들이 기득권을 보장받기 위해 무바라크에게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소수 장성들은 물론 젊은 장교들 사이에 팽배해져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FT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심한 장교들은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을 '무바라크의 푸들(개)'로 묘사할 정도"라고 전했다.

심지어 그동안 권력세습 움직임을 보여온 무바라크의 아들 가말에 대해서도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만큼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군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는 것이다. 시위진압에 나선 사병들이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시위대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무바라크가 군부를 효율적으로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방화벽(firewalls) 인사전략' 덕분이라는 게 미 국무부의 분석이다. FT는 "무바라크는 군 내에 5개 사령부를 분산 설치함으로써 군 사령관 누구도 전체 군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등 상호 견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며 "최측근 고위 군보좌관을 임명할 때도 군에 대한 직접 지휘권은 주지 않는 식으로 쿠데타를 방지했다"고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