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중형 세단인 뉴 옵티마(국내명 K5)의 미국 판매를 지난달 시작했다. 올 9월께부터는 조지아 공장에서 뉴 옵티마를 만들어 연 10만대씩 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히트 차종인 쏘나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 시장에 앞서 다음 달 미국에 먼저 내놓는다. 독일 폭스바겐은 상반기 완공하는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의 첫 생산 모델로 중형 세단을 투입키로 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미 시장에 중형 신차를 속속 투입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연 170만대로 세계 최대인데다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중형차가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 · 기아차,올해 중형차 1등 노린다

현대차 쏘나타는 디자인 교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출발부터 호조다. 1월 판매실적이 1만3261대로 지난해 1월(5306대)에 비해 150% 증가했다. 현대차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22% 늘어난 3만7214대로 집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미 판매량이 19만6623대로 전년 대비 64% 급증한 점을 감안해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파생 모델로 돌풍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올해는 현지에서 현대차 단일 모델로는 가장 많은 30만대 가까이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출시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기본 가격을 2만6500달러로 책정,경쟁 모델인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800달러가량 낮췄다.

기아차 역시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에 맞춰 뉴 옵티마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 친환경차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또 고성능 버전인 뉴 옵티마 GDi(직분사) 터보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 차의 배기량은 GDi 기본형(2.4ℓ)보다 낮은 2.0ℓ이지만,최고출력이 276마력에 달한다.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뉴옵티마의 상품성과 시장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주요 경쟁 모델인 캠리와의 승부가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뉴 옵티마 판매 본격화 등에 힘입어 1월 판매가 2만7789대로 전년 1월보다 26% 늘었다.

현대 · 기아차가 계획대로 미국에서 쏘나타와 뉴 옵티마를 각각 월 2만대 및 1만대씩 판매하면 중형세단 1위인 도요타 캠리(작년 기준 월 평균 2만7317대)를 제치게 된다.

◆연170만대 시장…불뿜는 마케팅 경쟁

위기에서 벗어난 GM 포드 등 미국 빅2 메이커는 물론 폭스바겐과 같은 유럽 업체들도 중형 세단 시장에서 양보없는 경쟁에 돌입했다.

폭스바겐은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중형차부터 만들기로 한 데 이어 미국 전략형 파사트를 따로 개발해 작년 기준 1만2000대 수준의 중형차 판매량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미국형 파사트는 유럽형보다 10㎝ 이상 길며,2.0ℓ 디젤 및 2.5ℓ 가솔린 등 다양한 엔진을 얹는다. 폭스바겐은 중형 세단 파사트를 앞세워 2018년까지 미국 내 판매량을 현재의 세 배가 넘는 8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드는 지난 2년간 경기침체 속에서 자사 부활을 견인한 중형 세단 퓨전의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퓨전은 작년 미국에서 21만9219대가 팔리면서,2004년 이후 처음으로 20만대 이상 팔린 포드의 중형 세단이다. 강화된 판매 인센티브 등에 힘입어 퓨전의 1월 판매량은 1만4346대로 현대차 쏘나타를 앞섰다.

대량 리콜 사태로 캠리 판매량이 지난해 8.1% 감소한 도요타도 반격에 나섰다. 캠리에 대해 최장 5년까지 '제로' 할부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별도로 구입한 뒤 3개월간 보증금없이 차를 탈 수 있도록 했고 500달러 현금할인도 제공한다. 도요타 관계자는 "4월 뉴욕모터쇼에서 내 · 외관이 바뀐 미국형 캠리를 선보이는 등 공격 경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