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의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는 4일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슈퍼복합(슈퍼대회전+회전)에서 두 번째 경기인 회전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그대로 눈밭에 누워버린 김선주는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김선주는 이날 슈퍼복합에서 금메달이 유력했다.

첫 종목인 슈퍼대회전에서 선두(1분8초31)로 들어온 김선주는 2위 루드밀라 페도토바보다 0.36초나 빨랐다.

두 번째 종목 슬라럼에서는 더욱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먼저 뛴 페도토바가 긴장한 듯 속도를 내지 못한 끝에 5위(52초74)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선주로서는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마무리하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출발 신호가 울렸고 김선주는 좁은 기문을 빠른 속도로 통과했다.

페도토바도의 회전 기록보다 2초가량 빠른 페이스로 달렸다.

이제 기문 2-3개를 남겨 놓은 상황. 이 기문들만 빠져나가면 금메달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선주는 갑자기 몸의 균형을 잃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서둘러 수습한 뒤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결국 실격(DSQ) 판정을 받고 말았다.

김선주가 이 경기에서 우승했다면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다.

김선주는 지난달 31일 활강에서 첫 금메달을 신고한 뒤 지난 1일 슈퍼 대회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알파인스키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한 차례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주로 회전과 대회전 중심으로 2종목이 펼쳐졌고 1999년 강원 대회에서만 슈퍼대회전까지 3종목이 열렸다.

김선주는 비록 3관왕의 위업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연일 '깜짝 금메달'을 쏟아내며 대회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김선주는 이번 대회에 앞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대표팀 8년차 베테랑이지만 홈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워낙 강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활강 연습 경기에서 페도토바를 제치고 1위로 골인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는 김선주를 주목할만한 선수로 사진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김선주는 활강에서 코스에 널린 돌멩이 때문에 스키가 상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활강은 500-700m(여자)의 높이에서 시속 90-140㎞의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기로 이번 대회에 처음 채택됐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코스조차 없는 실정이며 김선주도 이번 대회에서 처음 타 봤다.

김선주가 이처럼 예상 밖의 금메달을 2개나 따주면서 한국 여자 알파인 스키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한국 알파인 스키는 남자부의 정동현(한국체대)이 주로 관심을 모았고 여자부는 최근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김선주는 중앙대 재학 시절인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에는 국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를 따내 자력으로 출전해 회전과 대회전에서 각각 46위와 4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최강인 일본에 맞설 유일한 한국 선수로 꼽히는 김선주는 승부근성이 강하고 겁이 없어 코스 적응력이 좋다.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기량이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이다.

(아스타나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